황 재 훈 <충북대 공과대학 도시공학과>jhwang@chungbuk.ac.kr

우리사회는 현재 심한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90년대초까지 고도성장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에서 외환위기를 겪고 계층간, 지역간의 갈등구조 속에서 성장이 둔화됨은 물론 사회의 근간까지 흔들리고 있어 이를 두고 외국 언론은 성급하게 남미사태와 연관을 짓기도 하고 이제는 세계경제의 중요한 무대에서 사라져가는 나라로 평가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사회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마치 새로 탄생한 국가인 것처럼 모든 정책과 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곤 했다. 물론 그전 정권의 도덕성이나 정통성의 문제로 차별성을 보이려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구구한 역사 속에서도 이루지 못한 것을 그리고 현대의 통치자보다 더욱 훌륭한 인물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들을 마치 한 순간에 완성시킬 태세로 덤벼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속적인 정책보다는 항상 급조되고 행정가의 책상머리에서 나온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언제부터인지 경쟁에 승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재벌그룹의 회장과 개혁과 발상의 전환만이 사회와 국가를 일등 선진국으로 이끄는 유일한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순발력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단거리경주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역사라는 마라톤과 같은 묵묵한 흐름 속에서는 걸맞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고 항상 자리매김돼 있는 우리들만의 것들도 함께 발굴하고 계승하며, 그리고 이를 현대적으로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것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며 사회의 펀더멘틀이 돼야 하는 것이다.

사실 많은 외국을 다니면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잣대나 수치적 기준보다는 건전하고 다양한 펀더멘틀의 정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수치적인 것은 어떤 상황의 상태를 나타내는 정량화된 지표로 항상 변화의 정도를 파악하기에는 용이할지는 모르지만 많은 시간 속에 응축된 정성적인 측면을 읽어내기에는 모자람이 있기 때문에 경험과 관찰을 통해 사회에 깔린 기초생활의식을 파악하고자하는 것이다.

이런 펀더멘틀은 거창한 제도와 정책보다는 공동사회생활에서 함께 서로를 배려하고 개인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물리적으로는 충분하고도 편리한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많은 도로나 시설을 의미하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가깝고 그리고 이용자에게 배려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관된 정책과 계획 속에서만 이뤄질 수 있게 된다.

또한 비물리적으로는 시민들의 성숙한 사회관으로 정주체계의 운영자를 의미한다. 사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주체에 따라 성공여부가 결정된다. 이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각자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사회에서 계급구조를 인정하기도 해야 하며, 개인이나 집단의 권익을 위해 책임이 우선시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가장 자유스러운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엄연히 보이지 않은 특권계층이 형성돼 있다. 이들은 가문이라는 이름으로 그들만의 거주환경과 교육환경을 통해 주어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철저하게 투명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이 되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사회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게 된다. 우리의 지도계층과는 다른 모습인 것이다.

이렇듯 펀더멘틀이 충실한 사회가 가장 경쟁력이 있고 각각의 위상은 물론 삶의 질이 윤택해지게 밑거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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