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남북조 시대는 중국의 시대 구분 중 하나이다. 남조는 420년 동진에 이어 강남에 건국한 송·제·양 ·진 네 왕조를 말하며, 여기에 오·동진을 합쳐 6조라고도 부른다. 북조는 북위, 동위, 서위, 북제, 북주 5조를 말한다. 대체로 북위가 5호 16국을 통일한 시점에서 수나라 통일까지의 기간을 지칭한다.

이 무렵 제나라 강주 지역을 다스리는 자사는 진백지였다. 어느 날 양(梁)나라 무제가 제나라를 쳐들어가 모조리 점령하고 말았다. 이때 진백지는 투항하여 목숨을 건졌고 강주 자사 직위를 계속해서 유지하였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양나라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었다. 혼자 힘으로 양나라에 대항할 수 없음을 알게 된 진백지는 결국 북위(北魏)로 망명하여 제나라의 원수를 갚고자 했다. 그곳에서 평남장군의 직위를 맡아 군대를 통솔하여 양나라에 대항하게 되었다. 

양나라 무제가 이 소식을 보고 받고는 크게 노하였다. 자신의 동생 임천왕에게 당장 북위를 섬멸하도록 명하였다. 이에 임천왕이 군대를 출정하여 지금의 안후이성(安徽省) 수양 지역에서 북위 진백지 군대와 대치하게 되었다. 임천왕은 평소 진백지의 인품과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사람이었다. 전쟁으로 인해 혹시라도 귀한 인재를 잃을까 걱정이었다. 어떻게 진백지를 사로잡을까 고민하는 중에 우연히 손자병법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전쟁에서 적을 이기는 최상은 적의 나라를 온전히 취하는 것이요, 적의 나라를 파괴하여 이기는 것이 그 다음이다.”

임천왕은 두 나라의 군대가 아무런 인명피해도 보지 않고 북위를 무찌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자신의 비서인 문장가 구지를 불렀다. 그 당시 구지는 문장과 시에서 아주 뛰어난 인물이었다. 임천왕이 그에게 편지 한 통을 쓰도록 하였다. 그것은 진백지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글이었다. 이때 구지가 한참을 생각하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편지에 적었다.

“사람들이 길을 잃었을 때 뒤돌아볼 줄 아는 것은 성현들의 가르침 덕분이다. 행여 길을 잘못 들어서도 멀리 가기 전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옛 경전에서 배운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지난날의 잘못을 따지지 않겠으니 서둘러 항복하기 바란다는 의미였다. 진백지는 편지에 적힌 이 구절을 읽고 나자 왠지 마음에 깊이 다가오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자신의 군대가 양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것이었고, 그렇다고 싸우더라도 양나라를 이길 만한 특별한 형세나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지는 싸움이라면 병사들의 목숨이라도 아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였다. 이에 더 이상 대항하지 않고 순순히 양나라에 항복하였다. 이는 ‘남사(南史)’에 전해지는 이야기이다. 

미도지반(迷途知返)이란 길을 잃으면 도중에 돌아올 줄 안다는 뜻이다.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고친다는 의미이다. 지도자란 자신이 추진하는 일이 틀린 것을 알게 되면 멈추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밀어붙이게 되면 나라 전체가 길을 잃게 된다. 그래서 길을 모르는 자가 앞에 설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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