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문제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썽을 일으키는 아이라는 뜻인데, 나쁜 짓을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남들이 하지 않은 짓을 함으로써 남으로 하여금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후자의 뜻이라면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 분야든 이런 문제아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근대문학사를 돌이켜보면 임화가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임화의 행적을 언뜻 돌아보면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나이에 한국 근대문학사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것도 그렇고, 일경의 압박에 못 이겨 전향서를 제출했다는 것도 그렇고 조선공산당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다가 북한 정권에게 처형당했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풍운아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사람입니다. 이 궁금증을 해소해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문제아입니다. 상상하기 힘든 방대한 연구서를 내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낸 책이 문학연구의 한 전기를 마련한다는 점도 그렇습니다. 사회변화의 토대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그 토대 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의 심리까지 꿰뚫어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자료 분석이 능력을 길러낸 듯한 착각이 드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책의 대상이나 글쓴이나 모두가 문제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현대사를 쥐락펴락한 임화라는 인물을 연구한 결과 그의 그런 행적을 하나로 꿰는 심리가 아비에 대한 도전의식이었다는 것입니다. 아비를 이기기 위해서 자신이 아비가 되려는 과정이 그의 삶을 이끌어간 원리였다는 것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그렇지만 한 개인의 행동을 너무 심리주의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의도가 지나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개인의 내면 동기를 너무 드러냄으로써 사회성을 약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카멜레온처럼 워낙 다양한 모습을 보인 한 인물의 행적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려고 너무 애쓰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결론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식이면 예술가들의 절반가량은 같은 원인으로 분석될 것입니다.

어쨌거나 문제아를 문제아가 설명한 책으로 문학사만이 아니라 한국현대사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니 읽어볼 만하여 소개합니다. 아울러 제 책꽂이에 남아있는 김윤식의 저서를 소개합니다. 이사 다닐 때마다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면서도 결국은 다시 짐에 꾸려넣게 되는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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