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러다 물리러오면 어떻해?”

강아지를 팔고 있는 아낙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닭 파는 아낙에게 물었다.

“누가 물려준데?”

“속여 놓고 어떻게 안 물리준데?”

“저 돼지 장사하는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아무도 갚을 사람이 없어! 물리러왔다가 앰한 소리만 듣고 외려 봉변만 당할 걸. 저 놈들 막무가내는 아무도 못 당해!”

닭 파는 아낙이 체머리를 흔들어댔다.

하기야 가축전 돼지장사 패거리 두 놈이 속인 사람들마다 미안해서 모두 물리어주었다면 아마도 예전에 거덜이 났을 것이었다. 보통 놈들 같으면 사람들이 찾아와 쏟아 부은 악담만 해도 그 살을 맞아 견디지 못하고 예전에 황천길로 떠났을 것이었다. 살을 맞지 않았어도 성질 더러운 놈 몇 놈만 만났어도 그 중에 누군가에게 걸려 맞아죽거나 반병신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지독한 놈이라도 세상 어느 구석엔가 임자는 있는 법이었다. 그런대도 돼지장사 두 놈이 온전히 몸을 보존하며 장마당에서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살구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놈들은 자기들보다 강해보이는 사람에게는 절대로 사기를 치지 않았다. 자기들이 감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만만한 사람들만 골라 사기를 치는 것이었다. 술이 거나해 해롱해롱하는 장꾼은 가장 좋은 먹잇감이었고, 순해 보여 잘 따지지 못할 것 같이 생긴 사람, 물정에 어두워 보이는 사람, 덜떨어져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설령 그 사람들이 물건을 되물리려고 와도 ‘분명 암퇘지새끼를 팔았다’, ‘우리가 판 게 아니다’, ‘어디 와서 생트집이냐’, ‘남 장사 방해 말고 봉변당하기 전에 썩 꺼지라’며 오리발을 내밀거나 겁을 주어 쫓아버렸다. 그 뿐이 아니었다. 어미돼지를 사고 팔 때도 눈속임을 했다. 자기 돼지를 팔 때는 무게를 더 나가게 하려고 저울에 슬쩍 다리를 올려놓거나 잡아당겼고, 살 때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돼지 배에 손을 대 치켜 올리는 등 술수도 가지가지였다. 무게가 곧 돈이었기 때문이었다.

풍원이는 가축전 돼지장사를 보며 내창장에서 보았던 쇠살주와 말뚝배기가 떠올랐다. 장터에 나와 보니 처처에 속임수가 난무했다. 차라리 속는다 생각하고 물건을 사는 것이 차라리 맘 편할 지경이었다. 풍원이는 장사가 꼭 남의 눈을 속여야만 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고 온 소금 반 섬을 어서 팔고 충주 윤 객주 상전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개시는커녕 입도 한 번 뻥끗 못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할 뿐이었다. 물건을 어떻게 팔아야 될까 하는 걱정만으로도 머리가 한짐인데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장터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낼까 생각하니 한숨만 터져 나왔다.

“넌 뭣 하는 놈이냐? 험표는 있냐?”

이것저것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있는 풍원이에게 누군가 물었다. 풍원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상이 더러운 녀석들이 노려보고 있었다. 무뢰배들이었다. 무뢰배들 중 한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험표를 내놓으라며 윽박질렀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 풍원이가 잠시 멍하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험표 내놔 봐!”

“험표라니요?”

“장터에서 장사를 하려면 도가에서 험표를 사서 해야지!”

“장세 말이요?”

그제야 무뢰배들이 하는 말뜻을 알아듣고 풍원이가 말했다.

“그래!”

“아까 냈는데요.”

“이 자식이 어디서 사기를 쳐!”

“정말 냈는데요.”

풍원이는 아까 장세를 받아갔던 고수머리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험표를 내놔봐!”

“그런 건 안 주고 소금만 한 되 박 받아갔어요!”

“험표도 없는데 우리가 그걸 어떻게 믿어? 그래, 안 그래?”

무뢰배가 옆에 있던 무뢰배들에게 동의를 구했다.

“맞어! 요새 세도 안내고 장사하려는 이런 놈들이 왜이렇게 많디야? 이것들 몽땅 잡아내 푸닥거리를 한 번 해야 할라나.”

옆에 서있던 무뢰배가 팔뚝을 걷어 부치며 겁박했다. 풍원이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받아간 놈이 있는데, 냈으면 증표로 험표를 달라고 하니 받은 것은 없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정말 냈다니까요.”

풍원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뢰배가 따귀를 올려붙였다. “이 새끼 좋은 말로 끝내려니까 안 되겠구만! 대가리에 혼구멍을 내야 말귀를 알아처먹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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