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중호우로 충북 전역의 피해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당일 제대로 파악되지 못했던 곳이 시간이 지나면서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군인과 공무원, 시민봉사자 등 모든 인력과 장비가 동원돼 피해복구를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집이 침수된 이재민들은 하루빨리 집에 들어가기를 고대하고 있는 상황이고 농경지가 침수돼 한해 농사를 다 버리게 됐거나 가축이 몰살한 농가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필요하지만 제때 지원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는 주민들도 많다. 이처럼 충북도내 곳곳에서 봉사하는 주민들은 내일처럼 땀을 흘리고 있고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이때, 충북도의회가 유럽 국외 연수를 떠났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의원 4명과 도청 관광과 공무원 1명, 도의회 사무처 직원 3명 등 9명은 18일 유럽으로 향했다. 이들은 오는 27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한다. 경비는 1인당 도비 500만원, 자부담 55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문지는 아비뇽 페스티벌 현장, 피렌체 시청, 베니스비엔날레, 밀라노 시청 등이다. 파리 개선문, 로마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피사의 사탑, 페라리 광장 등 관광지도 둘러볼 예정이다.

지난 주일 집중호우로 도내에서 7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445명의 이재민이 고통 받고 있는 시기에 굳이 유럽 방문을 강행했어야 했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내 시군이 이날 오전까지 집계한 재산 피해액은 총 172억5천800만원에 이른다. 의회 의원들이 팔 걷고 나서 수해복구현장에 투입 되도 부족할 판이다.

말인 즉 2년에 한 번씩 하는 상임위원회별 국외 연수로 예약한 일정이어서 취소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가 어려웠다면 차라리 취소하는 게 도민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본다. 어느 나라든 자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연수를 취소한다는데 안 된다고 할 나라가 있을까 싶다. 연수라지만 일정을 보면 여행이 대부분이다. 이를 지켜봐야 하는 도민들은 수해지역을 바라보는 심정만큼이나 답답한 노릇이다.

공교롭게도 도의회는 이들이 해외연수를 떠나기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특별재난지역선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앞에서는 피해주민들을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정작 자신들은 실속을 챙기는 이중적인 얼굴을 보여주었다. 전형적인 생색내기 정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가뜩이나 이번 재해가 청주시와 충북도 등 자치단체가 제때 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와중이다. 폭우시 자치단체가 재난대처 골든타임을 놓쳤으며 재난에 대한 긴급 상황을 전달하는 안전매뉴얼이 엉망이었다.

의회의 역할은 이 같은 자치단체의 재난대응 문제점을 확인하고 분석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년 만에 발생한 재난에 대응하기는커녕 외유를 감행한 도의회를 이해 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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