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갑 노인의 물음에 풍원이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넌, 안직 햇수탉이다!”

우갑 노인이 아직은 풋내기라며 풍원이의 기를 꺾었다.

“그래도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요.”

“하면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장사는 그렇게 기분으로 하는 게 아니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빈틈없이 익혀야만 밥벌이가 될 수 있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물건들이 어떻게 흘러다니는지 그 길을 잘 파악해야한다.”

“물건들이 흘러다니는 길이라니요?”

“어떤 산물이 어디서 나서 어디를 통해 어디로 가고, 왜 그리로 흘러가는지를 잘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제대로 사고 파는 것을 할 수 있다. 명심하거라!”

“예!”

풍원이는 우갑 노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몇 달은 충주 인근 향시를 돌아보도록 하자. 각 장마다 그 고장에서는 무엇이 많이 나고 무엇이 특산품인지 익히도록 하거라. 한 순간에 될 일이 아니니 안달부리지 말고 하나를 알더라도 확실하게 익혀라. 그래야 후일 네 스스로 장사를 하게 되었을 때 남에게 속지 않는 것이다. 속이는 것보다 속지 않는 것이 더 힘들다. 속지 않으려면 어찌해야겠느냐? 건성으로 보지 말고 그 물건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파악해 알고 있어야 한다. 알겠느냐?”

“예, 어르신!”

“그리고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지마라. 혼자서 세상일을 다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혼자서는 거부가 될 수 없다. 혼자만 열심히 하면 동네 부자는 되겠지만 큰 부자는 절대로 될 수 없다. 나라가 알아주는 거부가 되려면 사람들을 잘 부려야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절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날따라 우갑 노인은 풍원이에게 이르는 말이 많았다.

내창장을 다녀온 이후에도 풍원이는 우갑 노인과 함께 충주 인근에 서는 향시를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용안장, 천포장, 이안장, 주덕장, 신당장, 노은장, 목계 갯벌장까지 샅샅이 훑으며 보고 듣고 배웠다. 사람살이가 거기에서 거기 듯 각 장에 나오는 물산들도 거개가 비슷했다. 그러나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각 장마다 특색이 있었다. 다른 장에서는 볼 수 없는 물산이 있다던가, 같더라도 훨씬 많은 양과 질 좋은 물건들이 장에 나왔다. 어떤 물산은 인근 장에서 전날 보았는데도 하루 사이에 다음 장에서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철따라 나오는 물산들이 달랐고, 그에 따라 장을 도는 장돌뱅이들 얼굴도 달라졌다. 똑같은 물건도 때에 따라 값이 달랐고 사람에 따라 달랐고 심지어는 같은 날 같은 장터에서도 물건 값이 달랐다. 배우면 배울수록 알 수 없는 것이 장사였다. 물건을 잘 골라 사는 법, 파는 법, 내 물건과 남의 물건을 바꾸는 법, 물건 값을 정하는 법, 흥정하는 법, 되 쓰는 법, 말 쓰는 법, 저울 다는 법, 사람 마음을 휘어잡는 법, 더러워도 참는 법 등 배워도 배워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장사를 배우며 시간은 번개처럼 흘러갔다.

제5부 혼자 장삿길을 떠나다

“이제부터는 네 혼자 장사를 한 번 해 보거라!”

어느 날 우갑 노인이 풍원이를 불러놓고는 물었다.

“제 혼자요?”

갑작스런 우갑 노인의 주문에 풍원이가 놀랐다.

“지금까지 상전에서 붙박이 장사하는 것도 배워봤고, 향시에서 이뤄지는 거래들도 살펴봤으니 이젠 네가 직접 물건을 팔아봐야 되지 않겠느냐?”

“보고 배울수록 뭐가 뭔지 더 어렵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평생 배우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느냐? 이젠 장바닥으로 직접 나가 장사를 해보며 사람들과 직접 부닥쳐 보거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풍원이가 오롯이 혼자 해보는 장사는 처음이어서 막막하기도 하고 불안했다. 청풍 읍장에서 채마전을 했었지만 그것은 전을 얻어했던 앉은장사였고, 곡물전 홍판식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았기에 그런대로 어려움 없이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윤왕구 객주를 만나 상전에서 장사를 배우기까지도 우갑 노인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풍원이 혼자서는 도무지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혼자 장사를 해보라니 눈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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