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100년 전의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옷 입고 이불을 개고 세수하고 밥 먹고 집을 나서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닐 때 그가 쓰는 물건과 그가 놓인 공간 배경, 풍경, 소품 같은 것을 과연 알아낼 수 있을까요?

앞이 아득해집니다. 불과 100년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옛 물건과 건물이라고는 이제 민속촌이나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옛날을 배경으로 한 사극은 날마다 화면에 나타나서 저것이 진짜 저랬으려니 하고 바라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만 옛 사람들의 정취를 있는 그대로 들어다 볼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그것을 정리한 책을 찾아보면 되죠.

그런데 일상의 변화를 기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조선시대의 한 사회 계층이었던 기생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모르듯이 사람의 일상생활이 그러해서 그것의 변화를 눈치 채기 힘듭니다. 그래서 역사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합니다. 그렇게 생고생을 해도 쓰고 나면 비판을 받죠.

요즘 사극이나 드라마에서 제일 거슬리는 것이, 개량한복 입고 백주대낮에 칼을 들과 거리를 활보하는 꼴들입니다. 옛날 같으면 모반이나 역적으로 몰려서 당장에 주리 틀릴 짓들을 화면마다 등장시키는 것을 보면 감독들의 역사 이해 수준이 엉망이거나 이름만 과거를 빈 현대 판타지일 것입니다.

어쩌다 1960~70년대에 만든 영화를 보면 오히려 의상이나 배경 고증이 훨씬 더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자들의 옷이나 매무새는 물론이고, 그들이 쓰는 말투나 대화가 훨씬 더 고풍스럽고 당대 현실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들이 막상 나왔을 때는 이런 점 때문에 비판을 받은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에도 그랬으니, 이제는 그런 비판을 할 가치조차도 없는 그런 작품들이 날마다 텔레비전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이렇게 길 잃은 시대에 우리의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을까요? 어떻게 하면 옛 사람들이 살아온 풍경이나 모습을 대강이라도 그려볼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좋은 길안내를 해주는 책입니다. 앞 시대의 생활 풍속을 그림으로 일일이 그려서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조선시대의 풍속을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옛 시대를 배경으로 무언가를 써보려는 사람들에게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 책 이전에는 가람 이병기 선생이 이런 도감을 하나 만들었는데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길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훈종은 그 책을 참고로 하여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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