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스스로 나이 들어간다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자꾸 예전의 풍경이 그립고 지금보다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보면 나이 탓인가 싶다.

요즘 들어 청주다운 모습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청주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야 별다를 것 없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방문한 사람들에게 청주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시골 출신인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청주에서 유학을 했다. 우암동 방아다리 근처에서 자취를 했는데 버스 타러 오가는 길가에 허름한 술집들이 늘어서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런 형태의 술집은 현재 밤고개에 남아 있는 가게들과 비슷했다. 창 너머로 보이는 홍등의 아가씨들이 꿈에 나타나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그중에 개미집 아가씨는 아침 등굣길마다 마주치곤 했는데, 등굣길 마중까지 하는 아가씨에게 나는 볼 빨간 시골뜨기 순둥이였다.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서 청주의 외곽도 성장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고층빌딩도 들어서고 있다. 방아다리 사거리에도 40층이 넘는 타워가 건설 중이다. 내가 생각하는 반대 이유와는 다르겠지만, 옆 건물 주민들이 반대 현수막을 걸었다. 사직동에 건설된 40층 아파트는 정말 쌩뚱맞아 보일 정도로 주변 건물과 부조화를 이룬다. 사직동 대부분이 주택가인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성안길 건너 문화동센트럴칸타빌도 한창 공사 중이다. 이곳도 구도심으로 주변에는 5층 미만의 오래된 건물뿐이다.

특히, 청주대학교에서 대성여상~상당공원~도청~육거리로 이어지는 길(현재 대성로)은 아주 오랜 길이다. 좁은 길과 낡은 건물,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신주의 모습은 어느 시골의 읍내 풍경 같기도 하고 쇠락해 가는 작은 소도시의 풍경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길이 좋다. 외국 손님이 온다면 청주의 어느 곳을 안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다수는 상당산성, 수암골, 청남대 등 일명 청주의 명소를 이야기한다. 나라면 대성로를 걷겠다. 이 길에 녹아 있는 청주 사람들의 흔적을 공유하고 싶다. 우리가 유럽 여행을 통해 오래된 도시의 풍경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도시 재개발을 통해 사라지는 동네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재개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무계획적인 자본 논리가 앞서는 것을 우려할 뿐이다.

현재, 청주다운 모습은 무엇일까. 누구는 낡은 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도시 같은 모습으로 변하길 원할 것이고 누구는 현재의 상태에서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정답을 알지 못한다. 단지, 청주 사람의 발자취가 녹아 있는 풍경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자본은 참 아이러니하다. 만약 청주 홍보 영상을 찍는다면 고층 빌딩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청주의 역사가 느껴지는 무엇인가를 보여주거나 청주 사람의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반면, 자본은 홍보 영상에 나오는 곳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파괴의 칼날을 드러내니 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개미집 아가씨를 볼 수 없었다. 언제 개미집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개미집 아가씨의 안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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