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전에 팔러 나왔소, 아니면 유람 나왔소?”

“먼 소리요?”

“팔러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송아지를 스물 닷 냥이나 받으려한단 말이오?”

“나도 다른 장을 돌아다니며 다 알아본 금이요.”

“영감이 다닌 장에 쇠살주 놈들은 눈이 몽땅 깨물어졌나 보오다. 그 금이면 일 배우는 코뚜레 소도 살 금이오!”

송아지는 보통 여섯 달까지는 어미젖을 먹고 길게 먹는 놈은 열 달까지도 먹었다. 송아지가 코뚜레를 하는데 시간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송아지도 아이 한가지라 고만한 때는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졌다. 젖을 떼는 한 살 전후가 되면 송아지는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져 다루기도 힘들어지고 일소로 길들이기 위해 코를 뚫어 고리 모양의 나무를 끼운다. 이를 코뚜레라고 한다. 송아지는 벗어났고 중소는 아닌 까칠복숭아 같은 놈을 코뚜레소라고 했다. 당연히 송아지보다는 코뚜레소 값이 월등히 높았다.

“내가 안직 코두레를 안 해줘서 그렇지 지 나이는 다 먹었수.”

“잇빨 태를 보니 안직도 풀도 먹어보질 못한 송아진데 뭔 한 살이 넘었단 말이유?”

송아지 주인인 곰방대 영감은 송아지 나이가 한 살이 넘었다하고, 쇠살주는 무슨 한 살이냐고 송아지 나이를 줄이려 했다.

송아지 나이야 어떻든 간에 나이를 늘이고 줄이려는 것은 서로 비싸게 팔고 싸게 사려는 속셈이었다. 송아지는 아직 어려 일을 할 수 없으니 값이 쌀 수밖에 없고, 코뚜레소는 이제 조금만 더 키우면 일을 할 수 있으니 비쌀 수밖에 없었다.

“송아지 이빨이 어쩌고저쩌고는 내가 알바 아니고 지 에미가 작년 봄에 낳았으니 일 년이 넘은 게 확실찮수?”

“송아지를 작년 봄에 낳았는지 가을에 낳았는지는 영감님 얘기고, 내가 보기에는 안직도 털색을 보니 배냇털이 그대로 남아 어린 티가 줄줄 흐르는 게 한 살은 어림도 없소!”

송아지 주인인 곰방대 영감이 어미소가 새끼 낳은 때를 모를 리 없고, 그렇다고 돈을 더 받으려고 가당치도 않게 나이를 늘리려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바라져 보이는 인상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쇠살주가 송아지 값을 후리려고 농간을 부리는 것이 분명했다.

“난 안 팔아도 그만이오!”

영감이 뭔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듯 쇠살주에게 일침을 놓았다.

“안 팔 소를 왜 가져나왔어! 남들은 맬 자리가 없어 고삐를 잡고 서성거리는데 여가 당신 놀이터여, 뭐엿!”

말뚝배기가 영감에게 과장되게 눈을 부라리며 윽박질렀다. 겁을 주기 위해서였다.

“안 판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자꾸 나이를 줄이면 도로 가져가 내가 멕이겠다는 얘기요!”

위협을 주려는 말뚝배기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곰방대 영감은 전혀 굴하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영감 내 고집만 부리지 말고 다른 송아지들도 보소. 무턱대고 내 금만 받으려고 하면 흥정이 되겠소?”

쇠살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영감을 달랬다. 때마침 그 앞으로 다른 쇠살주가 송아지를 몰고 지나갔다. 누가 봐도 영감의 송아지보다 그 송아지가 튼실해보였다.

“여봐! 그 송아지 팔 거여?”

“찍어 논 사람이 있어!”

“얼마에 찍어 논 거여?”

쇠살주가 다른 쇠살주에게 눈을 꿈적거리며 신호를 보냈다.

“열 닷 냥!”

다른 쇠살주가 송아지 값을 말하며 묘한 웃음을 흘렸다.

“저 송아지는 뼈대도 쪽 뻗었고 튼실한데 열 닷 냥이라 하잖소? 그에 비하면 영감님 송아지는 등뼈도 부실하고 열 냥 받기도 어렵겠소이다. 될 성 싶은 놈은 떡잎부터 안다는데 모가지는 한 뼘이고, 사지도 가느당당한 것이 소 꼬라지나 하겠소?”

쇠살주가 누렁이를 팔 때는 갖은 칭찬을 늘어놓기만 하더니 송아지를 흥정할 때는 자꾸만 흠집만 들춰냈다. 그러더니 스물 닷 냥을 달라는 송아지를 열 닷 냥으로 후려쳤다. 느닷없이 열 냥이나 값이 떨어지니 영감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열 닷 냥은 너무 한 것 아니오?”

당당하던 영감님의 목소리에서 힘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영감님이 보셔도 좀 전 송아지랑 영감님 송아지랑 어떤 놈이 월등하오? 영감님 같으면 어떤 송아지를 사겠소이까?”

“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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