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인생의 중년을 넘어 육십대 전후의 사람들을 영 실버 세대라 한다. 직업전선에서 은퇴해 노년세대로 입문(入門)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나는 이들과는 한참 거리가 먼 올드실버(old silver)세대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청춘의 꿈을 꾸고 싶다. 빙하(氷河)의 강 언덕에서 새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영 실버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누구나 인간의 마음속에는 젊게 살고 싶고, 새것을 찾고 싶은 욕망이 있다. 노년의 산을 넘어 고령화 시대를 오르고 있지만, 현대문명에 적응하며 역동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노인들! 그들도 마음만은 영 실버 세대가 아닐까.

영 실버세대 사람들은 아날로그(analogue)적 감성을 갖추고 디지털(digital)시대를 열어가는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난 사오십년간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한국사회를 이끌어 왔다. 정치적으로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이루었고, 사회적으로 서구화의 물결을 넘어 전통의 가치를 지켜왔다. 경제적으로도 봉건 질서를 공략해 선진화에 앞장섰고 세계화의 충격을 이겨내며 국제화를 이룩한 세대들이 아닌가.

SNS의사소통과 전자상거래가 대성황을 이루고 모바일투표가 선거에 유불리를 놓고 격론을 벌리고,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으로 금융질서를 교란 시키는 세상이다. 시대변화에 어두운 올드실버 세대들만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아 영 실버의 길은 아득하게만 보인다.

이러한 시대변화에 뒤질세라 나도 수년전부터 스마트폰으로 광범위한 사용법을 배우며 영 실버가 되고자다. 우선 한글, 한문, 영어, 백과사전을 찾는 시간이 절약되고, 은행을 찾지 않아도 금융거래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끝없는 꿈의 세계를 헤매는 것만 같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기계문명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 AI가 이끌어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준비와 적응이 부족한 기업과 개인에게는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것이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와 혁신을 선도하는 이들에게는 인류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큰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올드실버 라고 나이 탓만 하고 주저앉으면 고독과 노화만 늘어간다. 복지관에 노인들이 구름처럼 몰려오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하고 싶은 취미활동을 다하는 영 실버가 아니다. 고령화 시대적응을 위한 학습의 열기만이 해마다 높아만 지고 있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배워야 산다는 평생교육의 열기가 뜨겁다.

이렇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늘 배우는 자세로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어만 간다. 몸은 비록 늙어 머리에 흰 눈을 이고 살아도 이들의 학습열은 청산에 꿈을 꾸는 영 실버 못지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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