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이번에는 아주 재미없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 군사제도에 관해서 정리한 책입니다. 군사제도에 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전국에 몇 안 될 것입니다. 군사제도는 정말 중요한데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군대와 연관되어 사는데도 그 제도의 지난날 모습에 대해서는 정말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군사제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우연히 배운 활쏘기 때문이었습니다. 옛날의 무기 중에서 우리나라의 무기는 활이 가장 중요해서 무과 시험 과목의 대부분이 활쏘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시험 선발 과정을 뒤적거리게 되었고, 결국은 군사제도에 관한 책을 구입하다가 이 책을 얻게 된 것입니다.

한 나라의 기반이 튼튼한가 그렇지 못한가 하는 것은 기초학문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못한 것을 탄식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유가 뭘까 하고 물으면 답은 나옵니다. 기초 학문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군대의 편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다 보니 이런 부실이 여실히 느끼지고, 또 활과 관련된 학자들의 연구를 들여다보니 마찬가지입니다. 활은 우리나라밖에 없는 것이다보니 연구해서 돈벌이가 되지 않습니다. 올림픽 종목이 아니면 달려들어서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합니다. 세계에 공통으로 유행하는 것들만이 우리들의 요구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돈벌이가 되는 부분만 필요에 따라서 정리되는 상황이면, 그런 상황은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을 길을 가는 자에게 주어지는 상이 노벨상입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자가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 가운데 무언가를 찾아내면 그게 노밸상 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노벨상을 못 탄다는 탄식을 할 게 아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가 하는 것을 묻고 그들에게 힘을 보태주어야 할 일입니다. 노벨상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건 어떤 행위에 저절로 따라오는 보상 같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보상을 노리고 뭘 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고 헛된 일이죠. 군대 얘기 하다가 별 얘기를 다 하네요. 하하하.

조금만 파고 들면 부실이 느껴지는 것이 우리 학문의 현실입니다. 대학원 논문은?정말 다 읽을 수조차 없을 만큼 넘쳐납니다. 그런 에너지를, 현실을 돌아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 인류가 가보지 못한 우리 삶의 영역이 수두룩하게 떠오를 텐데 학문이 어째서 동어반복만 되풀이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정답은 언제나 기초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합의하게 될까요?

이 책은 1968년에 나오고 말았습니다. 1968년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참 놀라운 일입니다. 내용을 충실함과 조리정연함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합니다. 학문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감동합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정말 재미없는 책입니다. 그렇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잘 쓴 책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떠오르는 책입니다.

이 책은 팔리는 책이 아닙니다. 어렵기도 할 뿐더러 시장성이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육군본부에서 특별히 학자들에게 부탁하여 저술하게 한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청계천의 헌 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구했습니다. 속표지 앞에 ‘현정주 의원에게 드림’이라고 쓰인 것으로 봐서는 현의원에게 기증된 책이 여기저기 떠돌다 저한테까지 온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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