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전국시대 상앙은 위나라 사람으로서 개혁적인 사상가였다. 그의 능력을 일찍부터 알아본 스승은 위나라 혜왕에게 재상으로 추천한다. 그러면서 ‘만약 등용할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그를 죽여 없애라’고 한다. 혜왕은 그를 재상으로 삼지도, 죽이지도 않았다. 이웃나라 진나라는 위나라에게 영토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한 약소국이었다. 이것을 절치부심하던 진 효공은 상앙을 재상으로 등용해 ‘변법’을 실시한다. 그는 ‘오십제도’라는 연좌제를 통해 백성들을 서로 감시하게 하고 법을 어긴 자를 고발하게 했다. 이로써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의 기틀을 마련한 진나라는 일약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훗날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룰 수 있게 됐다.

강력한 후원자였던 효공이 병사하고 혜문왕이 즉위하자, 변법으로 피해를 입은 귀족들은 앙심을 품고 상앙을 모함한다. 체포령이 내려지자 상앙은 도망쳐 국경 지대에 한 여관에서 묵으려 하자, 주인은 연좌제에 따라 처벌을 받으니 ‘통행권’을 내 놓으라고 한다. 통행증이 없음을 알고 “손님! 나를 원망하지 말고 상앙을 원망하세요!”라고 하자 “괜찮습니다. 제가 바로 상앙인 걸요!”라고 했다고 한다.

혜문왕은 상앙에게 “죽기 전에 할 말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변방의 노인도 ‘상앙의 법’을 엄중히 지키고 있으니, 상앙은 비록 죽더라도 ‘상앙의 법’은 후세까지도 멸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진나라가 천하 통일하는 것을 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애석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오늘의 중국현실을 보면서! 필자는 상앙이 한 말이 생각났다. 비록 간신배들의 모함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의 ‘변법’은 오늘까지도 살아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중국 대륙을 여행하면서 놀란 것은 철통같은 정보망이었다. 중국 대륙 어디를 가더라도 필자가 움직이고 있는 일거수일투족을 당국에선 알고 있었다. 중국에선 항공기나 기차는 물론이요 심지어 버스를 타더라도 신분증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범법자에 대한 처벌도 혹독하다.  법원을 지나다 보니 대형 모니터가 눈에 띤다. 거기에는 신용불량자(채무 불이행자)의 얼굴이 나오고, 주민번호, 채무액 등 아주 소상하게 나왔다. 오늘의 중국이 강대국으로 굴기할 수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엄정한 법치에 따른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에 의한 ‘정치적 안정’이라 하겠다. 이것이 13억 중국인의 역량을 결집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역사란 무엇인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즉, 역사란, 지난 과거의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역사는 현대를 사는 역사가들이 과거를 해석하는 것이므로 ‘현재와 과거에 끊임없는 대화’라고 그는 정의했다.

오늘의 중국! 엄격한 법치국가라고 필자는 규정하고 싶다. 이것이 중국이 강대국으로 굴기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진나라를 통일제국으로 이끌었던 변법의 피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상앙! 비록 이천 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지만, 아직도 중국의 역사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