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자주 가는 공원에 작은 분수대가 있다. 최근 분수대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찜통더위에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분수대이다.

그러나 그 분수대 사방에 ‘관상용이니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큰 팻말이 서 있다. 팻말이 커서 분수대의 조각상을 가리고 있으니 분수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들어가지 말라는 팻말을 피할 수 없다.

예전에는 ‘잔디를 밟지 마세요’라는 팻말이나 플래카드를 잔디가 있는 모든 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잔디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줄이나 울타리를 치는 것이 보편적 모습이었다. 이 모두 잔디를 영구물로 생각하여 훼손하지 않고 보는 것으로 만족하도록 한 결과이다. 이제 잔디는 보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소모품이 되어 훼손되면 보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로 잔디밭은 사람이 들어가서 쉬는 곳이 되었다.

분수대를 만들어 놓고 보기만 하라는 것은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세요’와 같은 전근대적 사고의 산물이다. 오늘날 분수대는 보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분수 속에서 뛰어노는 곳으로 바뀌었다.

로마에 가면 꼭 들르는 여행지가 있다.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진 ‘진실의 입’이란 이름의 조각상이다.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리게 된다는 전설을 가진 작은 얼굴 상이다. 만약 그곳이 보는 곳이라면 사람들은 많이 찾지 않았을 것이다. 그 입에 사람들이 손을 넣을 수 있어서 유명 관광지가 된 것이다.

최근 도심 공원에서 애완동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매스컴에 나온 뒤 공원마다 애완동물 목줄 착용과 배변 봉투 지참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한두 개가 아니고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걸려있다. 숲과 나무가 있어야 할 곳에 플래카드가 있는 것이다. 시는 3무로 청결 도시를 만든다면서 불법 쓰레기, 불법 옥외광고물, 불법 주정차를 외치면서 공원에는 시정 플래카드로 광고물 수를 늘려놓고 있다.

불법 주차 금지, 불법 광고물 부착 금지, 애완동물 출입 금지, 낚시 금지, 입산 금지, 낚서 금지 등 우리는 공공 시설물이지만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많은 경고문을 보게 된다. 그것이 법적으로 올바르다고 하더라도 하지 말라거나 금지 플래카드와 같은 경고문을 보면 심기가 편하지 않다.

시장을 개설하고 주차금지를 하기보다 불편하더라도 주차 공간을 만들고, 공원을 만들어 애완동물 출입금지를 하기보다 애완동물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무조건 입산 금지보다 등산로나 탐방로를 마련해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시설물이나 환경은 단순히 보고 보존하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보기보다는 만지고, 만지기보다는 체험하고, 보존하기보다는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변화가 요구된다. 그렇게 해야 공공시설물이 국가나 지방정부 것이 아닌 시민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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