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221년 진시황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제국 진(秦)나라를 세웠다. 이때 신하들 중 일등공신이 있었으니 바로 재상 이사(李斯)이다. 그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한 악인으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젊은 시절에 이사는 문서를 관장하는 말단관리 노릇을 한 적이 있었다. 온갖 굴욕을 당하면서도 생계를 위해 부득이 그만둘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쩌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한바탕 신세 한탄을 늘어놓곤 했다.

“이런 말단직은 누가 존중해주는 사람이 없어. 아무리 성실히 일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거든. 사나이로 태어나서 권력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인생을 보내야 하다니, 그저 권세 있는 자가 부러울 따름이다.”

하루는 이사가 관청의 변소를 청소하다가 아주 조그맣고 빠삭 마른 쥐가 오물을 먹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사가 발걸음을 떼자 사람의 기척을 느낀 쥐는 놀라서 부리나케 도망갔다. 또 어느 날은 곡식창고를 정리하러 들어갔는데 그곳의 쥐는 모두 피둥피둥 살이 찐 데다 사람이 다가가도 놀라지 않고 피하지도 않았다. 이사는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사람이 잘나고 못난 것도 쥐와 다를 바 없구나. 가난하면 천하게 사는 것이고 부유하면 귀하게 사는 것이다. 세상에는 비천한 것보다 더한 부끄러움이 없고, 곤궁한 것보다 더 슬픈 것이 없도다.”

 이사는 그날로 말단직을 사직하고 제나라에 와서 순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출세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이후 진나라에 가서 유세를 하여 벼슬을 얻어 등용되었다. 이사는 진나라로 간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 일을 하려면 기회를 알아야 한다. 여러 나라 가운데 공을 세울 수 있는 나라가 바로 기회인 것이다. 진나라는 가장 강한 나라이고 천하통일을 하고자 하니 인재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곳이다. 이런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신망을 얻는다면 권력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비천하고 가난한 것이 가장 큰 수치이다. 명예와 이익을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배운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진나라를 선택한 것이다“

스승인 순자가 진나라로 떠나는 이사에게 충고를 한 마디 해주었다.

“너는 내 제자 중 가장 총명하고 재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너는 가난 때문에 세상에 대한 원한이 너무도 많고 권세를 지나치게 탐하는구나. 권세란 참지 못하면 끝이 안 좋은 법이다. 부디 삼가기 바란다.”

이후로 이사는 재능을 인정받아 진나라의 재상에 올랐다. 그때 집안에 거느리는 하인만 해도 수만 명이 넘었다. 하지만 얼마 후 스승인 순자의 말처럼 지나치게 권세를 탐하다가 결국 자신의 아들과 함께 저잣거리에서 참수당하고 말았다. 참으로 인생의 끝이 비참했던 것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있는 이야기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란 자신이 가진 재주와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  출세와 부를 거머쥐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정부에 입각되는 인사들은 바르고 겸손하게 그저 직무에만 충실하여 불행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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