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재주와 능력 있는 자가 대접받는 사회
[김치영의 고전 산책 ]재주와 능력 있는 자가 대접받는 사회
  • 충청매일
  • 승인 2017.05.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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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맹상군(孟嘗君)은 전국시대 말기 제(齊)나라의 재상이다. 그 무렵 강대국인 진(秦)나라 소왕(昭王)의 초청을 받았다. 이에 맹상군이 재주 있는 자를 수행원으로 삼아 진나라로 떠났다. 소왕이 맹상군을 만나보니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였다. 소왕이 신하들에게 물었다.

“맹상군을 진나라의 재상으로 삼으면 어떻겠느냐?”

그러자 신하 중 한 사람이 나서서 말했다.

“맹상군은 제나라의 왕족입니다. 만약 그를 진나라의 재상으로 삼는다면, 그는 반드시 제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진나라를 나중에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진나라는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소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하 중 누군가 나서서 말해다.

“지금 맹상군의 현명함은 언제고 우리 진나라에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하오니 그를 그냥 돌려보내지 마시고 잡아 죽이는 것이 옳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맹상군은 급히 사람을 시켜 소왕이 총애하는 첩에게 귀국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소왕의 첩이 그 답례로 맹상군이 가져왔다는 흰 여우가죽 옷을 달라고 하였다. 그 말을 전해들은 맹상군은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 옷은 값이 천금이나 나가고 천하에 둘도 없는 것이라 이미 진나라 소왕에게 예물로 바친 후였다. 이때 맹상군의 수행원 중에 개 짖는 소리를 잘 내는 자가 나서서 말했다.

“소인이 흰 여우가죽옷을 훔쳐 오겠습니다.”

밤이 되자 그는 개 짖는 소리를 교묘히 내어 진나라 궁중 창고에 몰래 들어갔다. 그리고 흰 여우가죽 옷을 훔쳐 가지고 나왔다. 맹상군이 그 옷을 소왕의 첩에게 갖다 주도록 했다. 그러자 그날 밤 첩이 소왕을 찾아가 맹상군을 그냥 놓아주라고 간청하였다. 소왕은 그 말을 따랐다. 이에 맹상군 일행은 서둘러 궁을 빠져나와 국경으로 향했다. 한밤중이 돼서야 국경인 함곡관(函谷關)에 도착했다.

그 시각에 마침 소왕은 맹상군을 풀어 준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잡아들이라고 신하들에게 명한 후였다. 진나라 군사들이 말을 타고 급히 쫓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함곡관은 닭이 울어야 성문을 여는 것이 규정이었다. 닫힌 성문 앞에서 맹상군은 두렵고 초조했다. 그때 수행원 중 하나가 교묘하게 닭 울음소리를 내자 다른 닭들이 일제히 따라 울었다. 그러자 한밤중임에도 성문이 열렸다. 맹상군과 그 일행은 무사히 빠져나갔다.

처음 맹상군이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를 내는 이 두 사람을 수행원에 포함시킬 때 다른 수행원들이 모두 수치스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두 사람 덕분에 위기를 벗어나게 되자 모두 경의를 표하였다. 이는 사마천의‘사기열전(史記列傳)’에 있는 고사이다.

계명구도(鷄鳴狗盜)란 닭 울음소리를 잘 내고 개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이라는 뜻이다. 천한 재주를 가진 자도 요긴하게 쓸모가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새로운 정부에서는 학벌과 문벌이 배격되고 누구라도 재주가 있고 능력이 있는 자들은 공정한 대접을 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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