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속담에 ‘잔나비 잔치’라는 말이 있다. 원숭이가 사람을 따라 하듯 ‘남을 흉내 내어 한 일이 제격에 맞지 아니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잔나비 잔치가 지금 전국 축제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축제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2,400여 개가 되고 그것이 5월 봄과 9-10월 가을에 집중되어 있다.

오월 들어 유채꽃이란 이름의 축제가 전국적으로 12개나 열리고 있다. 이러하니 철쭉제, 산나물 축제, 꽃 박람회처럼 전국적으로 똑같은 이름의 축제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역 특성과 전통을 고려하지 않고 열리는 상당수의 축제가 겹치고 있는 것은 어느 지역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면 다른 지역에서 베끼기를 한 결과이다. 이러하니 지역 축제가 족발처럼 원조싸움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축제는 빌 축과 제사 제로 공동체에 결속력을 주는 사건이나 시기를 기념해 의식을 행하는 행위이다. 이는 페스티벌(Festival)의 어원이 종교적 의례에서 연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축제의 주인은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축제는 주민이나 공동체가 기획하고 운영하기보다는 이벤트 회사가 기획하고 운영을 한다. 같은 이벤트 회사가 기획하니 경제 논리로 연예인이 출연하는 공연무대와 폭죽으로 시작하여 폭죽으로 마무리할 뿐이다. 축제에 주인인 지역주민은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축제장의 먹거리는 일년내 축제장만 다니는 장사꾼이 점령하고, 축제장의 소리는 상업화된 품바 소리꾼이 장악하고, 난장은 중국과 동남아산 상품이 늘어져 있고, 시골 노인을 겨냥한 이름 없는 건강식품과 도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은 어느 축제장이나 같은 잔나비 잔칫상이다.

이처럼 지역 축제가 잔나비 잔치가 되는 것은 첫째, 지역 축제가 지역의 특색이나 경쟁력 있는 주제를 선정되지 않고 남을 흉내 내어서 개최하기 때문이다. 남을 흉내 내는 잔나비 축제는 지역 주민이 참여할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외지인의 선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 둘째, 지역 축제가 잔나비 축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 주민이 없이 지역 관료와 이벤트 회사가 축제의 주연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잔나비 축제는 주인이 없는 축제이다. 셋째, 축제가 그 본연의 목적을 위하여 개최되기보다는 다른 목적을 위해서 개최되고 있다. 현재 지역 축제의 약 3분의 1인 750여 개가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축제가 국고 보조를 받기 위한 수단이 되고, 지역 정치권의 치적을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실정이니 축제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제시하고 있는 목적인 경제적 효과는 서류와 용역 받은 기관의 비용편익 분석에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지역 축제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를 육성하고 전통과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이벤트 회사에 의한, 지역 관료를 위한, 외지인에게 보여주는 축제가 아닌 지역 주민에 의한,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 주민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축제는 2천400개가 아닌 2만4천개로 늘어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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