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미모를 이용하여 적을 제압하는 술수
[김치영의 고전 산책] 미모를 이용하여 적을 제압하는 술수
  • 충청매일
  • 승인 2017.04.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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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190년 무렵 한(漢)나라 영제(靈帝)가 죽자, 낙양의 군사권을 장악하고 있던 동탁(董卓)이 군대를 동원하여 정권을 장악했다. 본래 동탁은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였다. 황실과 조정의 요직은 금세 동탁의 심복들로 채워졌고 국정에 관한 모든 일은 동탁의 전횡으로 결정되었다. 이때 동탁은 황제를 만날 때 칼을 차고 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자신을 제후들의 왕이라 칭하여 복장과 장식이 마치 황제를 방불케 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안친척들 중 남자라면 무조건 제후에 봉했고, 심지어 갓 태어난 아이라도 사내라면 제후에 봉할 정도였다. 게다가 자신의 집안이 30년 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을 비축해놓기도 했다.

이런 전횡을 보다 못한 대신 왕윤이 동탁을 제거하기로 맘을 먹었다. 마침 동탁에게는 양아들인 장수 여포가 있었다. 왕윤은 이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시켜 여포로 하여금 동탁을 죽이도록 하는 묘책을 쓰고자 했다. 그 무렵 왕윤의 집에는 초선(貂蟬)이라는 미모가 출중한 시녀가 있었다. 외모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같았다. 왕윤이 초선에게 동탁과 여포 사이를 이간질하도록 당부하였다. 그리고 왕윤은 먼저 여포를 자신의 집으로 초정했다. 이때 초선을 자기 딸이라고 속이고 여포에게 선보였다. 여포가 한눈에 반하여 눈이 휘둥그레지며 초선을 자기에게 시집보내라 부탁하였다. 왕윤이 그 약속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왕윤은 얼마 후 이번에는 동탁을 초청해 초선을 선보였다. 동탁 역시 한 눈에 맘이 끌렸다. 당장 초선을 자신이 데려갔겠다고 하자 왕윤이 그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여포가 동탁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곳에 초선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때 초선이 손짓 몸짓으로 여포에게 애끓는 정분을 표시하였다. 여포가 초선 가까이 다가가 말은 못하고 그 행동을 애절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동탁에게 들키고 말았다. 동탁은 여포가 초선을 희롱한다고 여겨 벼락같이 화를 내면서 들고 있던 창을 여포에게 내던졌다. 여포는 황급히 도망쳐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였다.

도망쳐 나오는 길에 우연히 왕윤과 마주치게 되었다. 이때 왕윤은 증오심에 불탄 여포의 가슴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동탁을 살해할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여포의 협조를 약속받았다. 192년 4월, 헌제가 조정 대신들을 모아놓고 동탁을 불러들였다. 동탁이 궁문에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여포가 습격하여 살해하였다. 동탁의 시체는 찢겨져 장안 저자거리에 전시되었고 동탁의 가족과 친족들은 몰살되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장안의 백성들이 길에 나와 덩실덩실 춤을 추며 기뻐했다. 서로 만세를 부르며 축하를 건넸다. 이는 나관중이 기록한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 있는 이야기이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나라를 위태롭게 할 정도로 뛰어나 미모를 가진 여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를 가리킬 때 주로 쓰인다. 그런데 요즘에 미인들은 옛날보다 영향력이 작아졌다. 성형외과 출신들이라 그런 건지 비슷비슷한 미인들이 너무도 많다. 많으면 가치가 줄어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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