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영장청구 실질심사에 이어 두 번째다. 특검 수사에서도 유일하게 지지부진해 검찰조직의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을 받게 한 우 전 수석이다. 다시 한 번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법원은 기각 사유에 대해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춰, 증거 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 한 부분은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와 소명 부족’이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검찰이 적시한 각종 혐의와 증거가 범죄 성립을 입증하는 데 부족했다는 의미다. 국정농단 사건의 수많은 관련자들이 이미 영장이 청구돼 구속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누가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특히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음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부분은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마자 가장 먼저 자신의 휴대폰을 바꿔 증거인멸을 시도한 사람이며 검찰조직과 수차례 통화한 증거가 밝혀지기도 했다. 이보다 더 명확한 구속사유가 없다. 증거인멸을 시도 할 수 있는 가장 요직에 있는 인물이며, 누구보다 입 맞추기를 시도 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라는 점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결정은 국민으로서 분통터지는 일이다.

검찰이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찰의 수뇌부 등 조사를 충분히 했다지만 믿어지지 않는 일이다. 세월호 수사압력과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의 여러 항목에 대해 검찰이 무엇 하나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것은 검찰조직을 흔들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봐야 한다. 우 전 수석이 이끌었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독직 폭행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은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정리했지만 실제 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혐의가 없다면 누가 피해를 입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죄는 남아 있는데 죄를 저지른 사람이 없는 형국이다.

박영수 특검도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100% 나올 것이라고 단언한바 있다. 검찰이 참고인 50여명을 불렀고, 추가 혐의도 새롭게 포착했다며 영장 발부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치며 의욕을 갖고 수사 한 듯 보이지만 결론은 빈손이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을 내며 검찰의 패착과 우 전 수석의 철벽방어가 구속영장 기각에 모두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충분하게 소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봐주기 위한 부실수사였는지, 아니면 의혹을 규명할 수 있는 수사 능력이 없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 대한 의혹과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이 법꾸라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잘 빠져 나간 셈이다.

공교롭게도 우 전 수석의 불구속 결정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제보자인 고영태씨를 검찰이 전격 체포했다. 고씨는 인천본부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세관장 인사와 관련해 2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큰 도둑은 놔주고, 작은 도둑은 철퇴를 가하는 형국이다. 이 사태가 뭘 의미하는지 검찰의 수사가 의심스럽다.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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