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폭죽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또 한 살을 먹는 구나!(爆竹聲中一歲除:폭중성중일세제).’

송나라 때 정치가이자 시인이었던 왕안석이 설날(元日)이라는 대목에서 따온 구절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필자 나름으로 ‘폭죽문화(?)’라고 부르고 싶다. 중국인들은 왁자지껄 소란하고 현란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청주에 있을 때는 폭죽소리가 들리면 의례히 공설운동장에서 큰 행사가 있는 걸로 알았다. 처음 중국에 와서 하루는 밤하늘을 밝히는 폭죽소리가 나기에 무슨 큰 행사라도 있으려니 그곳에 가보았다. 그런데 그곳에 가보니 무엇 하나 특별한 것을 찾지 못하고 허탕만 쳤다.

중국인들은 폭죽을 터뜨려도 놀라지도 않는다. 수 년 전 필자가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 재직하고 있을 때 주민으로부터 ‘자기는 신경이 예민하여 학습시간 시간을 알리는 음악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으니 울리지 말아 달라’는 전화를 받고 곤혹을 치른 적이 있다. 이렇게 양국은 크게 대조를 이룬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아온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거기서 길들여진 습관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한다. 환경과 습관에 의해 개개인의 성격과 인격이 형성되고, 성격과 인격에 의해 한 사람의 운명, 행복과 불행 등이 결정된다. 이렇게 특정사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특정 환경에 적응하며 함양된 습관이나 관습을! 우리는 ‘문화’라고 일컫는다. 한국과 중국은 같은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그러나 같은 문화권에 속하면서도 다르게 사용되는 단어들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문화와 문명’이다.

필자도 ‘문명’과 ‘문화’라는 단어 때문에 종종 혼동한다, ‘문명’이라면 핸드폰이나 냉장고, TV 등 사람들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주로 ‘물질적’인 것을 지칭한다. 반면 ‘문화’란 문명에 비하여 보다 포괄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사고방식, 생활 풍습 등 ‘삶의 지혜’와 관련된 것으로, 정신적인 것이 주류를 이룬다고 하겠다. 예를 들자면 핸드폰을 현대문명의 ‘총아’라고 한다. 이것은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 문명을 양날의 칼에 비유된다. 잘 쓰면 매우 유용하지만 자칫하면 몸을 다치기 십상이다. 약도 잘 쓰면 영약이요 못 쓰면 독약이 된다. 이렇게 약을 사용하되 양약으로 사용하도록 길을 안내하는 것이 ‘문화’라 하겠다.

그런데 이것을 중국에서는 ‘문화’라고 하지 않고 ‘문명’이라고 한다. 문화란 단어를 ‘문화유산’이라는 것 외에는 현대적 의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 생활한 지 1년이 지난 후에야 이것을 필자는 알게 되었다. 지금 중국에선 의식개혁을 위하여 ‘신문명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즉 ‘강문명(講文明) 수신풍(樹新風)’이라고 한다. “문명에 온 힘을 결집하여, 새로운 풍조를 수립하자!”라고 한다. “우리도 문화에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기풍을 진작하자”라고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