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가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지난 2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지 6일만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오는 30일 서울중앙지법서 강부영 영장담당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찰 특수본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유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 등으로 압축될 수 있다. 검찰이 ‘피의자 박근혜’에 적용된 혐의를 무겁게 판단한 것이다. 모두 13가지 혐의가 적용된 상태인데, 죄명으로 따져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비밀누설,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등 5가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43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점도 구속영장 청구 근거가 됐다고 본다. 당시 일부 사실관계를 제외하고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또 최씨 등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에서 공범 내지는 총책임자 지위로 볼 수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불구속 상태로 수사할 경우 제기될 형평성 문제도 고려했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겨진 셈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영장청구에 앞서 원로 법조인들을 만나 자문을 구할 만큼 신중하게 고민했다고 전한다. 탄핵이후 탄핵을 반대하는 일부 과격한  친박 지지자들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자신을 직접 임명한 전직대통령이라는 신분, 피의자인 박근혜 자신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는 점, 조기대선 등을 들어 영장청구 결정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것이다.

법조계 원로들은 어떤 외부의 환경보다도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하라는 충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답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 특검연장이 불발돼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워야 하는 불편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같은 불편한 마음이 결국 우리 사회를 탄핵정국으로 만든 원인 중 하나가 됐다. 검찰이나 재벌 등이 대통령조차 법과 원칙에 벗어나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일찌감치 인지했더라면, 검찰이 권력 앞에 줄을 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 총장이 애초부터 원칙대로 했더라면 이제 와서 그런 고민이 필요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안타깝지만 돌이킬 수 없는 문제고, 법원도 조기대선 등 최근 처한 사회적 환경을 핑계 대서는 안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30일 영장실질심사에 박 전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참석 여부를 떠나 법은 엄중하고 공정하게,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 우대도, 그 어떤 압력도 없어야 한다. 오직 법과 원칙에 근거해 공정하게 판단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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