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진정한 사과 바랐는데”
4당 “반성 기미 없어” 유감 표명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한 뒤 조사에 앞서 남긴 말은 단 두 마디뿐이었다.

지난 10일 파면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서는 만큼 대국민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일반적 예상은 빗나갔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칩거한 지 9일 만에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15분께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오전 9시24분께 검찰 청사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다른 질문에는 일절 답을 하지 않은 채 검찰 청사로 들어갔다.

많은 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대국민 발언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며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정주부 A(34)씨는 “자택으로 돌아갈 때도 그랬고 이번 검찰 소환 때도 그렇고 그동안 국민이 마음고생 한 걸 생각해서라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말 한마디를 내심 바랐는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여전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실망감을 드러내며 구속을 촉구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박 전 대통령이 12일 자택에 들어갈 때 임기를 못 마쳐서 송구했다고 했는데 검찰 출석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송구스러운 건지, 이런 상황이 송구스러운 건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삼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법팀장도 “헌정파괴와 국정혼란의 피의자인 박 전 대통령의 명확한 사죄가 필요했지만 여전히 책임감이 없었다”며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지진 부진하게 수사를 한다면 국민불신을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 역시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일제히 유감을 나타냈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사익을 취한 적도 없고 잘못한 적도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며 “끝까지 부인하는 태도를 버리고 검찰 수사에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무성의한 발언 두 마디만 내놓은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직위나 정치적 책무의 엄중함을 전혀 깨닫지 못한 것”이라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전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결정을 받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에게 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원했건만 끝끝내 형식적 입장만을 밝힌 채 검찰청사로 사라졌다”며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희대의 국정농단 범죄를 저지른 장본인으로서 최소한의 반성을 기대했던 국민들을 다시금 허탈하게 만드는 말이었다”며 “무엇이 송구스러운지조차 없는 불성실한 모습이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전직 대통령 예우’ 운운하며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하실 말이 많았겠지만 오늘 굉장히 절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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