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겨울의 끝자락에서 부는 꽃샘바람이 매섭다. 지난 3월 8일이 세계여성의 날이건만 3월 10일에는 사상 초유의 여성 대통령이 헌재로부터 탄핵판결을 받았다. 국헌(國憲)을 준수한다는 선서를 하고도 결국 그것을 준수하지 못하고 제왕적 권좌에서 물러나는 초유의 여성 대통령이 됐다. 여성이란 말조차 꺼내기가 망설여진다. 그래도 나는 남성이지만 여성이란 말이 하고 싶다. 여성이란 말만 들어도 생각나는 것이 옛날 어머니의 고달픈 시집살이가 자꾸 떠오르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사회활동은 엄두도 못 내었다. 집안에 갇혀 순종만하는 착한 존재로 가사 노동과 육아를 운명처럼 받아드리고 어머니로서의 생애보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인 가정의 희생양이 됐다.

그래도 우리들의 어머니는 강했다. 모든 악조건을 말없이 받아들이며 참으며 이겨내고 여성의 길을 지켜왔다. 늘 눈물만 흘리는 나약한 존재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눈물을 삼키며 고귀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깊은 사랑의 원천이요, 마른땅을 적시는 강물 같은 사랑의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봉건적 가사노동의 질곡 속에서도 인고(忍苦)의 세월을 살다 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노경(老境)에 이른 나이지만 “어머니”하고 부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정을 느낀다.

이와 같이 여성의 사회적 존재가 열등했지만 인권존중과 양성평등의 민주화운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세계화 문화발전에 힘입어 여성의 역할과 능력은 급성장했다 그렇기에 현대사회를 여성시대라고 까지 말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여러모로 생각해보았다. 우선 21세기 정보화 시대가되면서 창의, 감성, 유연성을 우선시하는 시대가 됐다. 여성에게는 이시대가 요구하는 풍부한 부드러움과 공감능력이 있기에 즉 소프트파워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시대에는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다음은 우리나라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도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이 많다는 이유다. 이 땅에 태어난 여성들의 대학 진학률이 80.5%나 됐으니 이렇게 많은 고등교육을 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세계OECD회원국 중 최고라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성시대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요즘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웬만한 입사시험에 최종합격자의 절반이상이 여성이라 한다. 흔히 여성의 경제활동의 증가가 저 출산의 요인으로 꼽는 학자도 있지만, 일하는 엄마는 끊임없이 늘어만 가고 일터에서의 차별대우를 받아가면서도 일, 가정, 육아의 3중고를 책임지는 또순이 같은 여성이 수없이 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저 출산의 인구절벽을 깨는 일이 아닐까.

여성 대통령에게 거는 아름다운 이미지는 비록 사라졌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 경제적 지위 향상은 가정, 사회, 국가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다. 양성평등의 균형 있는 민주 발전을 위하여, 이 땅에 경제성장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모든 여성의 지위향상을 통한 진정한 여성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성이지만 결국 남자를 움직이는  것은 여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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