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전 청주예총 부회장

우리의 고전 중에 ‘산성일기’가 있다. 글쓴이와 연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이 포위되어 항복하기까지 약 50여 일간 내부의 정황을 서술한 어느 궁녀의 실기(實記)이자 수필이다.

포위된 산성에서의 처절했던 정황과 인조가 청나라 황제에게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장면을 통해 우리 민족사의 어두운 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누루하치’의 아들 ‘홍타시가 황제임을 자처하며 조선에게 군신관계를 요구하자 조선이 불응함으로써 병자호란이 발발했다. 만약 광해군이 당쟁에 의하여 희생이 되지만 않았더라도 ‘병자호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광해군은 중국정세에 대한 판단이 정확했지만 인조는 판단이 어두웠다. 썩은 고목과도 같은 명나라를 선택함으로써 병자호란으로 이런 굴욕을 당한 것이다.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는 매우 영리하고 의욕적이었으나 신하들을 믿지 못해 의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기울어가는 제국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운이 따르질 않았다. 부패한 관리들로 인해 반란군 세력이 커지면서 국운이 기울었다. 그가 죽음을 당한 것은 청나라가 아니라 반란군 이자성이었다. 반란군이 궁궐을 공격했을 때 나무에 목매어 자살함으로써 최후를 맞이했다. 명나라를 칠 명분을 찾고 있던 청나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북경으로 진격해 이자성을 처단하고 숭정제의 시신을 수습하여 장례를 지내줌으로써 청나라가 중국대륙을 지배할 수 있었다. 

‘사드’ 때문에 상당히 어수선하다. 롯데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요커들의 발길이 끊어져 상가도 썰렁하다고 한다. 경제적 손실이 17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지내기 괜찮으냐?”고 필자에게 안부전화가 빗발친다. 탄핵불복 시위로 3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명나라가 멸망할 때나 병자호란 때 조선의 모습이 생각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론 분열이다. 국론이 분열되면 국력도 소모되어 힘을 잃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국론을 결집할 수 있을까? 제도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하여 개개인은 존중하고 협조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사드’문제만 보더라도 그렇다. 사드배치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의견이 팽팽했다. 그러나 국가에서 결정하였으면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고 본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당초에는 사드배치를 반대했지만 지금 시점에선 당국의 결정에 승복하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대선에 의해 새로이 대통령이 선출된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선거 결과에 대해 그것을 존중하고 승복하며 정치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흑백 논리에 따른 대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은 철저히 배척해야한다.   

우리 고전 ‘산성일기’를 한 번 쯤 읽어보자! 굴욕의 역사적 현장인 남한산성도 한번쯤 올라보자! 국론통일에 의한 국력결집이 국난극복의 처방이다. 옛말에 “산중지적(山中之賊)은 이(易)나, 심중지적(心中之賊)은 난(難)이라!”는 것이 생각난다. 산속의 도적보다 집안의 도적이 더 두렵다. 의사결집으로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것이 ‘사드’문제의 최선처방이다. 소아적 사리사욕에 집착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들은 경청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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