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사유 증거 충분히 규명”…朴 측 “조선시대 연좌제”
이정미 대행 “실체 파악 위해 노력”…2주간 평의절차 후 결론

박근혜 대통령 파면 여부를 가릴 역사적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국회와 대통령 측의 전략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변론에서 국회는 탄핵사유 자체를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탄핵사유의 중대성을 중심으로 1시간 남짓 압축적으로 의견을 밝혔다.

반면 대통령 측은 훨씬 긴 시간을 투자했으며 탄핵 시도 자체가 조작된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강한 언어를 동원해 항변했다.

먼저 최후진술 기회를 얻은 국회 측은 앞선 변론기일에서 개별 사유의 성립 여부가 충분히 다뤄졌다는 것을 전제로 이들 사유가 대통령을 파면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가 “준비절차와 변론절차에 제출되어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규명됐다"며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변론했다.

역시 국회 측 황정근 변호사는 최순실씨의 인사 개입이나 블랙리스트를 포함해 17가지 소추 사유를 거론하며 “중대한 헌법 및 법률 위배 사유"라고 규정했다.

국회 측에서는 권 위원장을 포함해 4명이 나섰고 최후 진술은 약 74분 만에 종료됐다.

대통령 측은 격렬한 ‘마라톤' 변론 전략을 폈다. 변론은 3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일부 대리인은 격한 표현이나 소재를 동원해 탄핵소추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논란에 대해 “세월호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만 무죄가 된다는 식의 시대에 완전히 뒤떨어진 소추"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최순실 씨의 비위 의혹에 관해서는 “최순실이 헌법·법률을 위배했고 (그가) 친구이니 박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연대 책임, 조선 시대 연좌제"라고 비꼬았다.

그는 “비선 실세 개념을 정의해야 할 것 아니냐"며 “사람을 때려잡으려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비선 실세라는 뜻도 모르는 단어로 대통령을 잡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발언했다가 재판부의 지적에 ‘대통령을 잡는다'는 표현에 사과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이 사건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서원(최순실)의 불륜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며 “허위와 과장은 이건 탄핵사건 전체를 관통한다"고 주장했다.

정장현 변호사는 “광장에 모이는 수많은 군중들, 그리고 언론에 따라 흥분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강요하려는 많은 시민들, 모두 동굴 벽면에 비치는 자신의 그림자, 메아리쳐 되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의 모든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플라톤의 국가론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해 탄핵 주장을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변론을 마무리하며 공정한 심판 결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7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유례없는 사건으로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이목이 집중된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헌법적 가치를 제시해 국가적 사회적 혼란 상태를 조속히 안정시켜야 하는 책무가 있음을 알고 있고, 매우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재판부는 지금까지 누누이 강조한 것처럼 사건에 대해 예단과 편견 없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실체를 파악해 결론을 내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그동안 변론을 위해 수고한 대통령과 국회 양측 대리인단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모든 변론절차를 마무리했다.

헌재는 28일부터 재판관 의결 조율을 위한 평의절차를 약 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선고기일은 재판부가 추후 기일을 지정해 양측에 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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