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정년·명예 퇴직하는 교사들에게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을 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단순 행정처분을 받은 이들을 포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정 권고를 내리자 교육부는 시국선언 참여로 행정처분을 받은 퇴직 교원을 포상 대상자에 포함해야 하는지 다시 검토에 들어가면서 훈·포장 전수식 일정을 일단 미뤘다.

이 같은 교육부의 행보를 보고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문화계와 비슷한 ‘블랙리스트’가 교육계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에도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국 퇴임 교사들에게 훈·포장을 수여하지 않았다. 퇴직하는 교육공무원은 재직 기간에 따라 40년 이상은 황조근정훈장, 38~40년은 홍조근정훈장, 36~38년은 녹조근정훈장, 33~36년은 옥조근정훈장, 33년 이하는 근정포장과 각종 표창을 받는다.

교육부는 교사들이 시국선언에 참가한 것은 불법 단체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을 징계하도록 요구했으나 교육청이 이행하지 않아 규정에 따라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훈·포장을 받지 못하는 교사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와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불법인 만큼 교육계의 블랙리스트도 당연히 불법으로 봐야 한다. 교사라는 이유로 국정교과서 반대와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 참여를 불법 단체 행동이라고 보는 것은, 그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과하다. 교사이기 이전에 세월호 문제에 대해 의사표시 할 수 있는 한 사람의 국민이며,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알면서 버젓이 찬성할 수 없는 양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는 시국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의 양심적인 행동을 제재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 특히 오류가 많은 국정역사교과서에 대해 침묵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교사의 자질을 의심해야 한다. 

교육부는 행정자치부 훈·포장 규정에 의해 징계 의결이 요구된 교원은 훈·포장 대상에서 제외했다며 “시국선언 참가자에 대한 징계 의결 요구는 법원 판례에 따른 교육부 자체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평생 교육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해 주는 퇴직자의 훈·포장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공권력을 남용하는 처사다. 퇴직교원들의 평생 이력을 폄훼하는 일이다.

교육부는 ‘교사 블랙리스트’를 공식적으로 폐기해야한다. 교사들에게도 표현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발상은 독재정권과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 전국 시도 교육감에게 교원징계를 압박하는 일도 중단해야 한다. 자유로운 교사 아래서 창의적인 학생이 양성된다. 교육부는 시대에 역행하는 교육정책을 지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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