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당시 베트남 여권 소지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출석해 이번 암살이 5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으며, 정찰총국을 비롯한 북한 정보당국이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보고했다. 암살 용의자는 젊은 여성 두 명으로 사건 직후 도주했으나 아직 말레이시아를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마카오 등에 거주 중인 유족들은 중국에서 신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이 원장의 정보위 보고를 토대로 재구성한 김정남 암살 사건의 전이다

●줄서서 비행기 기다리는데 여성 2명 접근=사건이 벌어진 것은 현지시간 지난 13일 오전 9시께 말레이시아 공항에서다.

지난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김정남이 마카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에서 줄을 서고 있을 때 2명의 젊은 여성이 그에게 접근했다.

국정원은 이들을 아시아계 여성이라고만 표현하고 북한 공작원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국회 정보위원들은 전형적인 북한 공작원들의 수법이라는 이유로 ‘북한인’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한 이후 김정남은 공항 카운터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항으로부터 30여분 거리에 있는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사망했다.

한 여성이 김정남의 신체를 접촉하는 장면은 공항 CCTV를 통해 확인됐다.

구체적인 신원과 사망원인은 부검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현재로서는 ‘독극물 테러’에 의한 사망이 유력 원인으로 추정된다. 잠깐의 접촉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독극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날 부검은 가족들의 입회 없이 경찰이 진행한다.

●왜 죽였나=국제 여론과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김정남 암살을 실행한 것은 그가 북한 정권에 실질적인 위협이라서가 아니라 김정은 개인의 성격 때문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했다.

이 원장은 또 “김정은으로서는 얻는 게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암살을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성격 때문”이라면서 ‘사이코패스적 성격으로 볼 수 있나’는 질의에 “그런 것 같다. 싫어서 죽은 게 아닌가 한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 김정남을 대신 옹립하려는 시도는 없었고, 김정남에 대한 지지세력이 형성돼 있지도 않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망명 시도가 암살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지만 현재는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김정남의 망명 시도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용의자 1명 체포…다른 5명 추적중=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씨 피살 이틀 만에 첫 용의자를 체포했다.

경찰은 이 여성을 포함해 또 다른 여성 1명과 남성 4명 등 모두 6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추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수사 상황 성명에서 김정남 살해 사건과 관련, 이날 오전 8시20분(현지시간)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여성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여성이 1988년생(29세)으로 고향이 베트남 북부도시인 남딘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체포 당시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 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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