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개발원 보고서
양육·경제 부담도 ‘걱정’
장애 여성들은 임신 기간에 아이에게 장애가 대물림될까, 아이를 낳으면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일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간한 ‘여성장애인 모성권 증진을 위한 임신·출산 지원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37.2%는 임신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자녀가 장애를 가질 것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32.9%는 출산 후 양육 걱정으로 힘들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2014부터 2015년까지 2년간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금을 받은 전국 4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다.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은 장애 1∼6급 여성이 출산하거나 임신 4개월이 지나 유산·사산하면 태아 1인당 100만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조사에 참여한 장애 여성 중 13.1%는 자연 유산 또는 사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유산·사산을 하고서도 ‘비용이 부담돼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 몸조리를 못한 경우도 있었다. 임신·출산 관련 병원비가 부담스럽다는 경우도 많았다.
응답자 46.5%는 산전 진찰 비용으로 50만∼100만원을 썼고, 출산비용으로 100만원 이상을 쓴 산모도 절반(53.0%)이 넘었다.
이들은 임신 중 병원에 갈 방법부터 마땅치 않았다고 밝혔다. 장애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료 시설이나 장애 이해가 부족한 의료진 때문에 분통이 터졌다고도 답했다.
장애 여성이 임신·출산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가 부족한 점도 문제였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관련 책자가 부족했고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그림만 본다는 지적도 있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여성장애인 출산 관련 국가 통계를 구축하고 장애 유형에 따른 임신·출산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