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요행수를 바라고 밑지면서까지 내 물건을 내놓을 수는 없소!”

황강객주 송만중의 태도는 완강했다.

“여러 객주님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는지요? 장사가 밑지고는 안 판다고 하지만 적자를 볼 때는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미끼물건입니다. 객주들께서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싸게 내놓는다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크니 한두 가지만 미끼물건을 싸게 내놓아 보는 겁니다. 미끼를 싸게 팔고, 이를 사려고 모여든 사람들에게 다른 물건을 팔아 이득을 올린다면 그 손해를 벌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요?”

구석에 앉아 잠자코 객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봉화수였다.

“미끼물건이라? 그거 괜찮은 생각이구먼.”

“그건 한번 생각해 볼만 허네, 그려.”

“그러게.”

봉화수의 절충안에 객주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네놈은 도중객주도 아닌 차인꾼 놈 주제에 어디를 나서느냐, 건방진 놈!”

객주들이 봉화수의 절충안을 듣고 동요하자 송만중이 막아서고 나섰다. 차인은 여각에서 일어나는 온갖 잡일과 궂은일을 처리하는 직책이었다.

“회원이든 아니든 좋은 생각은 받아들이는 것이 좋지 않겠소?”

성질이 칼칼한 영춘 심 객주가 황강 송 객주를 회유했다.

“회원이 아닌 자는 도중회 참석은 물론 발언할 수도 없소! 그러니 네놈은 당장 이 방에서 나가거라! 도중회 규약은 누구라도 지켜야 한다.”

송만중이 도중회 규약을 내세우며, 봉화수에게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성님, 지금은 정식 도중회도 아니잖소?”

장회객주 임구학이 송만중을 말렸다.

“객주들 있는 방에 저런 차인 놈이 들어올 수는 없다!”

송만중이 다른 객주들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를 부렸다.

“송 객주님! 여각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는데, 해결책을 찾으려면 누구 의견이라도 들어보심이…….”

“건방진 놈! 당장 나가거라!”

봉화수가 송만중을 설득해보려 했지만, 송만중은 막무가내로 봉화수에게 나갈 것을 닦달했다.

“도중회가 네놈 맘대로 주무락펴락 하는 떡이냐?”

그때 영춘객주 심봉수가 지금까지의 태도를 바꾸며 송만중을 공격했다.

“뭔 소리냐?”

송만중이 돌변한 심봉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나도 대행수 생각에 전적으로 동조는 않는다만, 앞뒤 안 맞는 니눔 행태가 못마땅해서 하는 소리다.”

“내가 뭘 어쨌다는 거냐?”

“네놈은 작년 도중회 임원 선출 때 규약을 어기고 객주들을 찾아 댕기며 뒷돈을 지르다 걸리지 않았더냐? 그게 규약을 그렇게 좋아하는 놈이 할 짓이냐?”

“원래 그런 거여. 똥 싼 놈이 방구 뀐 놈 나무라는 벱이여.”

“맞구먼, 구린 놈일수록 제 똥 구린 줄은 모르지!”

둘러앉아있던 객주들이 저마다 심봉수 편을 들며 송만중을 질타했다.

“다 지나간 일을 왜 또 들추고 지랄들이냐?”

송만중이 찔끔해서 목소리가 기어들었다.

“여보시오, 송 객주! 일단 북진장으로 장사꾼들을 끌어들이는 게 우선 아니겠소?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어도 사줄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이요?”

사랑채에 모인 객주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분란을 잠자코 듣고 있던 최풍원 대행수가 다른 객주들을 진정시키며 송만중에게 말했다.

“장사꾼이 안 오면 찾아가면 될 일 아니겠소?”

송만중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찾아가다니?”

최풍원이 송만중에게 되물었다.

“목계장으로 물건을 싣고 가 팔자는 얘기요!”

“송 객주!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게요?”

“모두들 올라오지도 않는 경상들 타령이니, 우리가 그들을 찾아가자는 얘기요.”

“남의 집 문간살이하는 놈이 주인 눈치 살피지 않을 수 있소? 우리가 목계로 내려가면 목계놈들이 자리를 내주며 어서 오라고 환대를 해주겠소? 또 우리 상권에서 장사하는 것만큼 목계서도 이득을 보장해준답디까?”

“우리가 그들 도중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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