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첫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예정에 없던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오고간 대화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에 의해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의 처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간 제기됐던 모든 의혹에 사죄는커녕 ‘오보’라며 부인하거나 해명하면서 무엇 하나 속 시원히 밝히지 않은 간담회였다. 지난 몇 달간 수많은 국민들이 생업도 접은 채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퇴진을 외친 민심을 외면한, 오직 자신만을 위한 말의 성찬이었다. 이를 전해들은 국민들이 오히려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을 법한 박영수 특검조차 공식 반응을 자제할 정도다. 박 대통령은 특검의 삼성 합병 관련 뇌물 수사에 대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문화예술계를 충격에 빠지게 한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방어막을 쳤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 김영재 성형의원 원장의 미용시술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잘못된 부분이나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원장은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대통령이 불면증이 있으며 쉽게 피로를 느낀다는 증언을 한바 있다. 이 같은 증언에 대해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는 특히 피곤하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해 영양주사를 맞을 수도 있다”며 평소 주사를 맞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를 큰 죄나 지은 것처럼 취급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과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불만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통령은 김영재 원장이 차린 의료기기 회사에 각종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김 원장의 회사가 실력이 있는데 덩치가 작아서 기회를 못 갖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특별히 어떤 데를 도와주고, 이득을 주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발언은 의혹에 대해 잘못이 없다고 일관하면서 어느 정도 수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에 대해서는 최순실 등 타인에게 떠넘기는 발언으로 일관했다.

국민의 대다수가 표를 주어 선출된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혼란을 야기해 국민에게 신의를 잃고 온 국민을 절망하게 만든 장본인이 아무런 책임의식 없이 자신의 과오를 남에게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국민이 유구무언(有口無言)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지만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계속될 전망이다. 언제까지 국민들이 거리에 나와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대통령 담화와 같이 신년 간담회가 오히려 국민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특검은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는 윤석열검사의 말처럼 박 대통령의 발언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수사로 모든 의혹을 속 시원히 해소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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