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친박계 새누리당 의원들이 증인들과 사전에 말맞추기를 한 정황이 드러나 명확한 진실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당 소속의 비박계 국조특위 위원인 황영철·장제원·하태경 의원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을 가진 모든 분들을 국조특위에 불러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해명이 안 되면 그분들 스스로 국조특위를 사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압박했다.

이 같은 의혹은 친박계인 이완영의원이 국조특위 간사로 선임되면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첫 기관보고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 기업에 대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 모금 의혹과 관련해, 과거 노태우 정권 때부터 역대 정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이와 유사한 비리가 있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 한 발언을 해 사태의 본질을 호도한다는 비난을 산바 있다. 이후 청문회에서도 삼성관련 증인신청을 막거나 재벌총수들의 나이 등을 운운하며 증인들을 노골적으로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 다른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이 의원 핸드폰에 이를 비난하는 문자가 쇄도했고 국조특위 간사에서 사퇴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원내대표가 공석이었던 시점이어서 사퇴는 처리되지 않았고 이 의원의 청문회 본질에 반하는 행동은 계속 이어졌다.

여기에 같은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만희 의원이 가세한 모양새다. 이 의원은 4차 청문회에서 이미 최순실 것으로 검찰조사가 완료된 태블릿 PC가 고영태씨 것이라는 증언을 유도해 사전에 증인들과 공모했다는 의혹을 샀다. 이에 대해 고영태씨는 이완영의원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등과 공모했다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실제 이완영 의원은 청문회를 앞두고 최순실 최측근인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4일에 이어 9일에도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의 흐름을 유추해보면 이완영의원이 증인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하고 이만희 의원이 청문회에서 질의응답자로 나선 것이다. 비선실세의 국정농단도 모자라 국회 청문회까지 최순실의 국회농단이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두 사람은 현재 불거진 의혹만으로도 일단 국조특위에서 빠져야 한다. 새누리당 동료 의원들 조차 위증교사와 관련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다루는 청문회에서 증인들을 돕거나 위증을 교사한다는 것은 명백한 범법행위다. 이 같은 일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조특위 간사 사퇴는 물론이고 국회의원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촛불시민혁명을 우롱하는 일이며 자신들을 뽑아준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행위다. 새누리당은 조속한 시일 내에 두 사람에 대한 위증교사 여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진실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조특위 자체를 국민이 신뢰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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