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던 80년대까지 한국인의 오락 가운데 단연 선두는 고스톱이었다. 고스톱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한다. 능력이 3이고 그날의 운이 7이라고 해 돈을 잃더라도 재물에 대한 운인 재수가 없어서 잃었다고 해  웃어넘긴다. 그러나 고스톱이 도박이 되고, 도박이 사기가 되어, 짜고 치는 판이 되면 돈을 잃은 사람은 억울하다고 한다.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 시작부터 지금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국회 청문회서 박영선 의원이 공개한 최순실의 녹음 파일을 보면 사실을 은폐하고 각본을 짜서 대응하고 있다. 급기야 4차 청문회에서 이만희 의원의 최순실 태블릿 PC에 대해 박헌영 전 K 스포츠 재단 과장에게 질의한 것이 짜고 친 것이라는 폭로로 국민을 놀라게 했다.

지금 이 짜고 친 고스톱판에서 놀음을 한 모든 사람이 다 억울하다고 한다. 판을 만든 박근혜 대통령은 미르 재단은 좋은 뜻으로 한 것이고, 비선과 참모가 자기의 뜻과는 다르게 한 책임을 자신이 지고 탄핵을 한 것은 그 억울함이 피눈물을 흘릴 정도라고 한다. 대기업은 기부금 내고 비난받아서 억울하다고 하고, 이대 총장과 교수들은 입시부정에 개입하지 않았는데 개입했다고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호통을 치는 것이 억울하다고 강변한다. 국정농단의 짜고 친 고스톱에서 바람잡이 의혹을 받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매스컴의 의혹에 억울하다고 한다. 최순실과 박 대통령에 대해 진료 특혜의혹을 받는 차움 병원은 매출이 20% 줄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최순실 게이트로 인터넷에 오르내린 연예인은 잘못된 루머와 소문으로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나 진짜 억울한 사람들은 짜고 친 고스톱판과 무관한 사람들이다.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와 최순실 일가의 의혹을 폭로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김해호 목사의 억울함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지금의 사건을 인지하고 밝히고자 했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정윤회가 비선 실세라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가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박관천 행정관과 문서유출협의에 휘말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경락 경위, 정유라의 입학으로 탈락한 지원자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억울함은 고스톱판을 짠 사람들이 주장하는 억울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짜고서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지 않고 묻어버리려는 힘 앞에 무력한 세월호 가족의 억울함은 국민이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최순실 게이트를 보수와 좌파, 과거 대통령 비리보다 적은 액수의 비리라는 논리, 대통령 성형을 여성 비난으로 바꾸고, 태극기 물결로 게이트를 희석하고자 하는 새롭게 고스톱판이 짜여지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억울한 사람이 생겨야 이 판이 끝날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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