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친박계가 현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오히려 더욱 당당한 자세를 일관하고 있다.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하고 있고 그 결과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계는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 나가 지지연설을 한 ‘친박 중의 친박’ 정우택 의원(청주시 상당구)을 후보자로 추대하고 급기야 당선에 이르게 됐다. 이는 아직도 새누리당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있는 뻔뻔스러운 정당임을 보여주는 일이다.

촛불혁명에 동참하는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새누리당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해체 후 새로운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만약 촛불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면 친박계는 후보를 내지 말고 지도부 사퇴와 함께 당 쇄신을 위해 기득권을 모두 내려놔야 했다. 하지만 친박계는 끝까지 아무것도 포기 하지 않은 채 당의 기득권을 갖고 향후 대선에 대한 욕심까지 드러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후 연설에서 “우리가 개헌정국을 이끌어서 내년에 진보좌파가 집권하는 것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밝혀 국가백년대계가 돼야할 개헌을 차기 대권경쟁에 이용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셈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질 촛불이라는 논리를 염두에 두고 어느새 차기 대권경쟁까지 넘보고 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발상이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친박 지도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무 거부까지 하고 있다. 이정현 대표와 지도부가 전격 사퇴했지만 다시 친박계 인사가 원내대표에 당선돼 ‘도로 친박당’이 된 마당에 사무처 직원들이나 국민이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 답답한 노릇이다.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국민들이 인정할만한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당무 거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국민이 인정할 비대위가 꾸려질지, 현재 새누리당의 하는 모양새로 봐서는 꿈같은 일이다.

원내대표로 당선된 정 의원의 전력을 보면 새누리당은 국민의 뜻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정 의원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지역구인 청주시민들에게 의원의 자질에 대해 여러 의혹을 받은바 있다. 민선4기 충북지사를 지내면서 부적절한 술판과 성상납을 받았다는 주장을 포함해, 불법정치자금 수수 및 배포, 논문표절 등이다. 특히 정 의원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을 무더기로 고발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구에서 이미 정치적 신뢰를 잃은 사람을 원내대표로 세웠다는 것은 새누리당이 어떤 길을 가려 하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국민들께 당이 분열되지 않고 화합과 혁신으로 가는 모습 보이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도로 친박당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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