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빼도 탄핵 사유 충분" 우세…"중립 지켜 신중히 심리해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이 주목된다.

헌재가 본격적인 심의를 시작하려는 단계여서 결과를 섣부르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탄핵소추 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재 헌재의 기류는 문 광장을 가득 메운 수백만 촛불과 온도 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헌재 헌법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경우 일반적인 공무원 파면 사유와 비교해 탄핵당할 사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입증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황 교수는 "박 대통령과 같은 행위자를 파면한 것이 잘못됐다고 한 판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뇌물죄·직권남용죄 등 무거운 혐의도 탄핵 사유로 적시됐기 때문에 문제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관들이 상식과 법적 통념에 의해 판단하겠지만, 지금은 국민이 받은 충격과 분노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광화문 광장에) 100만 명 넘게 모인 사실이 (결론에) 참작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결론을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탄핵 사유가 불분명함에도 다수당이 밀어붙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번은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박 대통령은 선출되지 않은 최순실이란 인물에게 주권을 넘기며 헌법 제1조를 어겼다"며 "헌법 위배가 분명한 만큼 헌법재판관 9명 중 기각 의견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설령 박 대통령의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아도 나머지 강요 등 혐의만으로 탄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며 "죄목이 하나만 인정되더라도 어떻게 입증되는 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반면 이시윤 전 헌법재판관(전 감사원장)은 현 헌법재판관들이 광장의 '촛불 여론'에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며 헌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고 신중한 심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재판관은 "헌재를 둘러싸고 촛불시위가 전개된다면 재판관들이 소신껏 재판할 수 있겠느냐"며 "탄핵을 당연한 결론처럼 몰아세우면 결론은 뻔하다. 여론의 압력 없이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게 선진국을 향한 성숙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아직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방어할 자리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양측이 대등하게 공방할 기회를 주는 적법한 탄핵심판을 해야 한다고 헌재에 제언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도 "소추 사유가 어떤 것인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나 진술은 어떤 것인지 충실한 심리가 필요해보인다"며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한 만큼 양쪽 얘기를 충분히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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