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삼국지에는 인재가 많다. 유비와 손권도 인재 기용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그중에서도 조조는 특별했다. 재주만 있다면 이전의 전력이나 부정행위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심지어 유비나 손권까지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조조 진영에는 특별나고 신기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다 모였다. 싸움 잘하는 무장, 꾀를 잘 내는 모사, 병참 보급에 뛰어난 관료, 글 솜씨 좋은 문사, 유능한 사법관리, 명령만 내리면 돌진하는 행동요원, 외교에 적합한 품위 있는 명사들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그렇다고 조조가 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면서 재주만 부리도록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을 신임하는 대신에 경쟁을 해서 인물로 올라오도록 끝없는 긴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천하를 떠돌던 이들 인물들이 조조를 만나면 모두 정착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다루기도 어렵지만 행여 잘못이라도 생기면 미련 없이 떠나거나 반역의 편에 서는 경향이 많았다. 개성이 독특하고 행동이 파격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세력들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국책 사업을 단숨에 해치우는 능력이 있었다. 조조는 그들을 통해서 자신의 천하 구상을 실현했던 것이다.

조조 진영에서 특히 출중한 인물이라면 가후와 사마의(司馬懿)를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조조를 위해서 긴급하고 중대한 일에 항상 핵심적 역할을 했다. 사마의는 뛰어난 장수이자 탁월한 전략가였다. 유비의 부하 제갈공명을 넘어서는 지략이 있었다. 가후는 대세를 보는 눈이 정확하고 판단이 빨랐다. 관도전투에서 지구전은 불리하니 속전속결을 쓰라고 적극 권했다. 과연 조조는 기습공격으로 돌파구를 열어 강적 원소를 물리쳤다. 이후 가후는 마초와 한수가 서량에서 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공을 세웠다. 마초는 장수 중에 장수였다. 그의 병사들도 용감했다. 조조가 그의 반역에 힘으로 이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후는 꾀로 정벌했다. 마초와 한수가 서로 의심하도록 만들어 쉽게 진압했던 것이다.

조조는 경력이 깨끗한 인물만을 선호한 것이 아니었다. 부패하지만 행정 능력이 탁월한 정비(丁斐)라는 자도 있었다. 조조가 마초에게 기습 공격을 당해 매우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이때 누군가 조조 진영에 있던 수천 마리의 소와 말을 풀어 달아나게 하였다. 가축이 귀한 때여서 마초군은 전투를 하다말고 소와 말을 잡기에 정신이 없었다. 이 틈을 타서 조조는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가축을 풀어 조조를 구한 사람은 바로 병참 책임자 정비였다. 행정은 유능했지만 부정부패한 경력이 있는 자였다. 부정을 저질러 옥에 갇히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조조가 너그럽게 봐주었다. 난세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조조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깨끗하지 않은 자임을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를 수하에 둔 이유는 마치 쥐를 잡으려고 도둑개를 데리고 있는 것과 같다. 도둑개는 작은 물건을 훔쳐가기는 하지만 내 보따리를 쥐가 갉아먹지 못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정비는 조조의 많은 부하들에게 신뢰를 받지는 못했지만 가장 위급할 때에 조조의 생명을 구하는 공을 세운 것이다. 삼국지에 있는 이야기이다.

선견지명(先見之明)이란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라는 뜻이다. 사람을 쓰는 것은 일을 잘하고자 하는 의도이지만 그보다는 장래의 위급함이나 어려움에 대처하는 위기능력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일을 되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망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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