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최근 삼례3인조 강도사건과 관련해 재심을 거친 끝에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뒤늦게나마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된 피고인 아니 국가의 사법권의 잘못된 행사에 따른 피해자들께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써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초 재판당시 당사자들이 어린 나이였고 일부는 지적장애인인 점 등에 비추어 법률적 약자가 아니었을지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어찌되었든 잘못된 판결이 내려졌고 당사자들은 17년의 시간동안이나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교과서적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는 하나 실제 형사재판에 있어서 피고인이 스스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를 보자면 구속여부에 따라 심리기간이 다르기는 하나 최소 6개월 이상의 상당한 기간에 걸친 심리가 이루어지고, 검찰이 피고인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에 대해서 심도 있게 그 증명력을 탄핵하는 변론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형사재판의 현실에 비추어 적절한 변호인의 ‘법률적 조력’ 없이 무죄 선고를 받는 것은 희박한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결국 억울한 피고인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 적절한 법률적 조력은 필수적 전제입니다. 하지만 변호사의 선임에 따른 비용을 고려해 보면 누구나 적절한 법률적 조력이 가능한지는 현실적으로 의문입니다. 이에 적어도 형사사건에 있어서라도 보편적 법률복지 차원의 법적 조력이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문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있어서 이러한 보편적 법률복지가 실현되고 있는지는 극히 의문입니다. 국선변호는 오로지 국선형사 사건 만을 수행하는 국선전담변호사와 일반변호사 중 일부를 각 재판부에 배치하여 국선사건을 수행하게 하는 일반국선의 구체적인 제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국선변호가 원활하게 기능을 발휘한다면 적어도 형사사건에 있어서 누구나 적절한 변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 한 달에 처리하고 있는 사건이 아닌 새롭게 배당되는 사건만 최소 20건 이상에 해당하고 일반국선의 경우 한 건을 처리함에 있어 수년째 30만원 남짓의 보수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과중한 사건수의 부담은 결국 개별 사건에 있어서 투입되어야 노력의 감소로 이어지고, 적은 보수는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여 법률적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변호사가 가져야 하는 소위 양심이라는 사명감에 비추어 사건의 수나 보수와 무관하게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호사도 인간인 이상 과도한 업무 혹은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에 비추어 질적 저하가 불가피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적절한 법적 조력이 필요한 당사자 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적어도 형사사건에 있어서 보편적 법률복지 차원에서 법적 조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라는 강한 의심이 듭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 보편적 법률복지라는 차원에서 국선변호제도가 존재하기는 하나 자칫 빚 좋은 개살구에 해당할 수 있고, 심지어는 법적 조력을 받았다는 전제아래 계속되는 억울한 누명을 쓰는 국민이 나오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이 앞섭니다. 단 한명의 억울한 사람도 없도록 하는 것이 형사재판이 추구하는 이념인바 그 당연한 전제로써 재판의 과정에서 누구나 ‘실질적인’ 법적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될 수 있기를, 또한 이를 통해 다시는 삼례3인조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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