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이번엔 막자]- 보은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설치기 예사다.

지난 80년 98년 수해 당시, 인근 보청천의 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제방을 무너뜨리고 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면사무소로 대피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태풍과 장마로 보청천의 물이 불어나면 마을 방면의 차편이 모두 끊기는 마로면 소여리 주민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마을로 진입하는 유일한 도로인 20번 군도가 보청천의 불어난 물에 잠겨 중·고등학생이 있는 가정에선 물이 빠질 때까지 자녀들과 ‘생이별’하는 불편을 되풀이해야 한다.

관계기관과 시공업체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 인 이달 안에 마로면 기대리 일대 보청천에 대한 하상정리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으로 현재 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탄부면 구암리, 마로면 소여리 등 수해지역 주민들은 관계기관의 하상정리에 대해 수해 예방책이 아닌 임시방편의 ‘졸속행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일대 보청천은 내북면, 산외면, 수한면 등지에서 흘러내리는 빗물과 경북 화령을 발원지로 하는 적암천, 그리고 속리산 계곡에서 쏟아지는 삼가천 등 3개 하천물이 합수되는 지점으로 하천 폭을 넓히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천 폭이 유입되는 빗물의 양에 비해 턱없이 협소하고 기대교 등 지장물이 유속을 방해하면서 제때 빠지지 못한 빗물이 ‘역류현상’을 초래해 수해가 발생한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지적을 입증하듯, 지난해 이어 올들어 지난 19∼20일 양일간 6호 태풍 ‘디앤무’가 불어닥쳐 보청천이 또 다시 범람해 구암리 일대 농경지 6㏊가 침수되고 군도가 물에 잠기는 사태가 발생, 인근 구암리, 소여리 주민들은 엄청난 재산적 피해와 함께 불편을 겪었다.

박세용 군의원(52·탄부면)은 “그동안 여러 차례 걸쳐 하천 양옆 하천 점용지를 매입해 협소한 하천 폭을 넓힐 것을 건의했으나 예산타령만 일삼았다”며 관계당국의 안일한 자세를 힐책했다.

탄부면 구암리 김상배 이장(50)도 “장마철만 되면 매번 하천의 물이 불어나 큰 피해를 입는다”며 “유속을 방해하는 교량 교체 등 지장물 제거와 함께 하천 폭을 넓히는 공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마로면 소여리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기대∼소여간 군도 확장·포장 공사 또한, 예산 확보 문제로 5년 계속사업으로 실시되는 데다 노선방향 문제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예정이어서 불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로면 소여 1리 이상선 이장(44)은 “보청천이 범람하고 군도가 침수돼 마을의 중·고등학생들이 등하교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수년째 군도 확장·포장 공사를 건의했으나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은군 관계자는 “지방 2급 하천인 보청천의 하도 준설작업을 위해 내년에 국·도비 4억원의 예산을 편성, 착공할 계획이다”며 “이 일대 하천 폭 확장과 교량 교체 공사는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돼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끝>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