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갈 길이 멀기에 서글픈 나는 지금 맨발의 청춘. 나 하지만 여기서 멈추진 않을 거야 간다 와다다다’. 한번쯤 들었을 이 가사는 1997년 남성듀오 벅(Buck)의 ‘맨발의 청춘’이라는 노랫말이다. 젊다는 것을 빼면 시체이지만 그래도 난 꿈이 있고, 당신이 내 곁에 있으면서 먼 훗날 호강할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에게 인생을 걸어보라는 솔직하면서도 허풍과 패기가 묻어나는 청년의 모습을 그렸다. 여기서 ‘맨발’은 가진 것 없고 초라한 모습을 상징한다. 화려한 구두나 멋진 운동화에 대조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털털이의 상태를 비유한다.

필자는 다른 의미의 ‘맨발’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진짜 맨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전적 의미로 ‘맨발’은 신발뿐만 아니라 양말조차 신지 않은 상태의 발이라는 뜻인데, 집 안이나 여름철 바닷가 또는 계곡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잠을 자는 동안을 빼면 거의 대부분은 맨발이 아닌 상태로 생활한다. 손과 얼굴은 맨 모습으로 지내는데 발은 꼭꼭 감추고 산다. 발은 깨끗하지 않음의 상징으로 되어 버린 듯하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언제부터 이어져 온 것일까? 700만년 전에 침팬지와 구분되는 인류 최초의 조상이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로 진화를 거듭하고 온갖 환경에 적응하여 이제는 전 지구를 뒤덮게 된 오늘날의 인류가 되는 장대한 시간의 과정에서 99% 이상의 시간을 맨발로 살아왔다. 진화의 가정 속에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특유의 발 구조와 그에 맞는 독특한 형태의 걸음걸이를 가지게 되었다. 발치료 전문의이자 신발산업의 권위자로 알려진 윌리엄 로시 박사는 ‘발바닥에는 신경말단이 1㎠당 1천300개 정도가 될 만큼 풍부하다.

그 어떤 신체부위에도 같은 면적 당 그처럼 많은 신경이 분포해있는 데가 없다. 왜 발에 그토록 신경말단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일까? 바로 우리 주변에 실재하는 물리적 세계인 지구(땅)와 접촉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발은 사람과 지구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지구는 전자기층으로 덮여있고, 이 전자기층이 인간과 동물의 발에 감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생명체는 발이나 뿌리를 통해 지구 전자기장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맨발로 땅을 밟고 있을 때 생명체의 하나로서 인간이 본연의 모습에 가까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맨발로 땅을 밟을 때 대지의 에너지(전자기장)가 우리 몸으로 흡수되어 몸을 치유하고 보호해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땅)와 접촉하여 하나가 되는 것을 어싱(Eathing)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며 오히려 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신발은 이러한 어싱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발명품인 셈이다.

우리 몸은 스스로 병과 염증을 치료하는 자가면역 기능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어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자가면역을 방해하는 것이 신발과 양말이다. 맨발 걷기, 어싱을 검색해 보면 놀랍고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도 다양한 방법으로 어싱을 체험하고 있는데, 확실한 것은 운동 후 회복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것이다. 마라톤 훈련 후 무릎 관절에서 나던 소리도 놀랄 만큼 줄어들었다. ‘맨발’은 더 이상 가진 것 없고 초라한 모습의 상징이 아니라 생명의 모태인 가이아(대지의 여신)에게로 돌아가는 생명의 접촉 행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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