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뜻 무시한 은어·줄임말 확산…기성세대와 의사소통 불가

“오늘 휴강 솔까 개이득 아니냐”, “야 국문과애들 존예임”, “낄끼빠빠”. ‘눈팅만 하고 갑니다’, ‘ㅈㄱㄴ입니다’, ‘ㅇㄱㄹㅇ ㄱㅇㄷ ㅇㅈ?’.

성인들은 모르는 단어 등으로 이뤄진 은어나 줄임말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표준어처럼 쓰여지는 등 한글파괴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늘고 있는 은어 사용으로 인해 청소년들과 기성세대 간 의사소통도 어려운 상황이다.

10월 9일이 한글날이지만 학생들의 언어순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지 올해로 570번째 되는 해지만 온라인을 벗어난 오프라인상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한글 문법과 뜻을 무시한 채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

초·중·고등학생들도 쉽게 인터넷을 접하고 있어 온라인상에서 사용되는 은어나 신조어 등을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이득’은 표준어로 ‘상당한 이득’으로, ‘낄끼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ㅈㄱㄴ입니다’는 ‘제목이 곧 내용 입니다’라는 글을 줄여 쓴 문장들이다.

특히 ‘ㅇㄱㄹㅇ ㄱㅇㄷ ㅇㅈ?’와 같은 자음으로 구성된 글이나 말은 청소년들이 아니면 전혀 해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같은 자음을 인터넷 공간에 입력해보면 ‘이거레알 개이득 인정?’이라는 신조어의 초성만 쓴 것으로 ‘이거 진짜 사실이다. 상당한 이익이다. 인정하냐?’는 뜻이다. 

정상적인 말과 글을 써오던 세대에서는 전혀 알아차릴 수 없는 글을 청소년들은 정상적인 말과 글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한글 사용을 두고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주부 A(42)씨는 “아들과 친구들이 대화하는 걸 들어보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학교에서 신조어나 은어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용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B(41)씨는 “아이들과 가끔 문자메시지로 대화를 하는데 아이들이 의도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면서 “여러 차례 이같은 줄임 말 등을 사용치 못하게 했는데도 친구들과 학교 등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개선이 안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한글파괴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바른말을 전달해야 하는 방송 등 언론조차도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C(34·여)씨는 “요즘 방송을 보면 ‘혼밥’, ‘노잼’, ‘뇌섹남’, ‘요섹남’ 등 줄임말이나 은어와 비슷한 말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온다”면서 “뉴스에서는 이같은 일들을 지적하고 기타 방송에서는 이같은 말들을 프로그램 명칭이나 유행어로 만들려는 모습을 보곤 정상적인 한글 사용이 앞으로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김경렬 충북대학교 국어문화원 연구원은 이에 대해 “은어나 줄임말은 빨리 쓸수 있는 순기능이 있지만 기성세대들과의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다”면서 “한글의 정체성이나 우수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 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들은 부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의식까지도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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