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 경영학과

마을이나 집이 입지할 때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배산임수이다. 배산임수(背山臨水)란 지세가 뒤로는 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물에 면하고 있음을 말하는데 마을의 입지나 집의 좌향이 배산임수 형태를 취하면 최고의 명당으로 삼는다. 북쪽에 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물이 마을을 가로 질러 횡류하고 겨울에 북서풍을 막아주거나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넓은 옥토가 남쪽으로 펼쳐져 있는 환경이 가장 살기 좋은 마을이다.

그러나 남쪽이나 동쪽에 산이 있고 북쪽이나 서쪽이 낮은 지형에서 배산임수 지형이면 북향이나 서향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이러한 곳에 남향집을 선호하여 역배산임수를 취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뒤에 물이 있고 앞에 산이 있는 경우를 역배산임수라고 하는데 역배산임수는 자연 형세와 배치되어 좋은 기운을 받기가 어렵다. 생기는 산의 능선을 타고 흐르며 산의 능선이 물을 만나면 생기가 멈추며 응집된다. 따라서 생기가 모이는 터를 볼 때는 산과 물이 어떻게 만나는가를 중요시해 한다.

청주는 무심천을 중심으로 상당구와 흥덕구가 위치하고 무심천은 남출북류한다. 상당구는 지형상 우암산을 배산으로 집을 서향으로 지어야 배산임수에 적합한 배치가 되고 무심천이 좌에서 우로 횡류하게 되어 산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흥덕구는 서쪽 산을 배산으로 동쪽을 바라보는 형상이기 때문에 집을 동향으로 지어야 산수와 잘 어울린다.

청주에서 건물을 남향으로 배치하려면 지형이 북고남저 지형이어야 하는데 청주는 남고북저 동고서저 서고동저 지형이다. 즉 동쪽과 서쪽 남쪽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이 열려 있다. 물이 나가는 수구(水口)는 좁아야 하는데 넓게 펼쳐 있다. 다행히 미호천이 동출서류하며 가로질러 설기(泄氣)를 막아준다. 뒤로는 한남금북정맥이 안성 칠장산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 미호천 북쪽으로는 남향판 지형지세가 형성된다. 청주에서 남향으로 배치를 한다면 오창, 오송지역이 적격이다. 청주 도심지역에서 남향배치를 선호하면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는 무심천 하류에 자연생태공원이나 비보숲을 조성하고 비보건물을 건축할 필요가 있다. 고층건물이나 아파트를 집단으로 배치하려면 무심천 하류지역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공 산이나 건물, 호수 등이 비보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천의 기운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배산임수 수과동서 배치가 되어야 한다. 배산임수란 산을 등짐이요 임수에 있어서는 수과동서의 형태를 취하여야 한다. 수과동서(水過東西)란 물이 동서로 흐르면 재물과 보배가 무궁하다는 것인데 산과 물이 만남에 있어 동서 방위보다 횡류의 개념이 중요하다. 물이 앞으로 계속 흘러가면 기운이 빠져나가고 물이 좌우로 횡류하면 생기를 멎게 한다. 청주는 무심천이 남출북류하므로 뒤에 산을 두고 무심천을 바라보는 배치가 배산임수, 수과동서의 배치가 된다. 산이 있는 뒤를 북쪽으로 간주하고 물이 횡류하면 수과동서로 볼 수가 있다.

현재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은 배산을 하지 못하고 남향으로 배치되었다. 충청도의 역할이 기대되는 지금 충북도청과 청주시청을 재건축할 기회가 생긴다면 근본적으로 청사를 배산임수와 수과동서의 배치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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