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漢水) 이남 최초의 사학으로 자긍심을 갖고 있던 청주대학이 위기를 맞았다. 안타까운 노릇이다. 1946년 김원근·영근 형제는 운영하던 학교법인 대성학원에서 청주상과대학을 설립하고 진리탐구, 덕성함양, 실천봉사를 교훈으로 삼았다. 1951년 청주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하고, 1957년 현재의 위치에 교사를 신축, 이전했으며 4.19와 5.16 등 현대사의 격동기에 위기를 겪으면서도 발전을 거듭해 1980년에는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70년 청주대학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청주대학교의 존립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0년대에 인재양성을 통한 교육구국을 목적으로 초등학교와 남·여 상업학교를 세워 민족교육을 실시한 김원근·영근 형제는 광복이 되자 고등교육이 시급한 과제임을 깨달아 대학을 설립하게 되었다. 이후 대학을 맡아 운영한 사람들이 설립자의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면 현재와 같은 위기가 닥쳐왔을까 라는 의구심이 든다. 설립자의 정신이나 대학이 만든 교훈은 잊어버리고 경영상 이권에만 혈안이 된 결과라는 자기반성이 필요한 시기다.

청주대가 교육부 평가에서 3년 연속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럴 경우 학생들이 등록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학생들의 국가장학금Ⅱ유형과 일반학자금 대출 50% 제한은 물론 대학의 신규 재정지원사업도 참여할 수 없다. 학생 모집에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미 2년 연속 부실대학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어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번 평가의 책임을 지고 김병기 총장을 비롯한 교무위원 전원이 사퇴했다. 부실대학 지정 후 당연히 이어지는 수순이지만 사퇴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자  김윤배(현 청석학원 이사) 전 총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또다시 일고 있다.

근본적인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한 두 사람이 보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교수회를 비롯해 대학경영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대학을 운영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뼈를 깎는 개혁의지를 갖고 구성원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네 탓을 할 때가 지났다. 대학을 우려하는 진정성만이 살길이다. 설립자의 후손이라는 기득권이나, 총장이라는 보직을 내려놓는 일보다 대학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진심어린 마음이 앞서야 한다.

다음에 대학발전을 위해 걸림돌이 된다면 서슴없이 보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한수이남 최초의 사학이라는 70년 역사를 이대로 무너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청주대를 움직이고 있는 구성원들은 부디 개인의 영달보다 70년 역사를 반추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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