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자공(子貢)이 스승인 공자(孔子)에게 정치를 묻자 공자는 “먹는 것과 병력을 풍족하게 하고 백성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가운데에서 두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먹는 것과 병력을 버리고, “신뢰만은 결코 버려서는 안 된다. 백성이 위정자를 신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말이다. 그러면서 논어는 정치의 근본을 믿게 하는 것은 신뢰라고 가르치고 있다.

지금 그 신뢰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60%에 임박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청와대와 집권당은 커다란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다. 이처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은 것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일상적 현상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청와대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민정수석을 보호하고 경찰청장을 임명한 것은 신뢰하지 않는 국민에게 신뢰를 강제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신뢰를 강제할 수는 없다. 신뢰는 믿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강제한다고 신뢰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신뢰의 또 다른 특징은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신뢰가 형성되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스위스 철학자 아미엘은 ‘신뢰는 유리거울 같은 것이다’라고 하고 있다. 유리창은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될 수가 없다. 신뢰도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이에 우리 선조 가운데 현명한 공인은 공직에 있으면서 백성이 하는 영업을 해선 안 되고, 벼슬하는 동안 논밭을 사지 않는다. 벼슬하는 동안 집의 평수를 늘리지 않고, 집을 팔아도 산값에 더 얹어서 팔아서는 안 된다. 벼슬하는 고을의 특산물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 벼슬하는 동안 상전 집 문턱을 넘나들어선 안된다와 같은 심요십조(心要十條)라는 행동강령을 지키고자 하였다. 이 모두 백성의 신뢰를 잃을까 두려워서 스스로 만든 것이다.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정부의 기초는 국민의 신뢰이다. 이 신뢰 형성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공인이 솔선수범하는 것이다. 솔선수범은 올바른 사람이 올바르게 행동할 때 만들어진다. 그러나 현 정부 인사청문회를 보면 심요십조를 지킨 사람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한 상황에서 심요십조를 지킨 사람을 오히려 무능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몰아 내치고 있다.

신뢰는 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음의 문제이다. 법적으로 올바르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객관적 증거를 제시한다고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무너진 신뢰를 법과 검찰 그리고 사실을 바탕으로 회복하고 재형성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를 더 무너뜨릴 뿐이다. 신뢰를 잃은 공인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진정한 공인의 모습이 아니다. 신뢰를 잃은 사람이 신뢰를 회복한다는 명분으로 사퇴하지 않고, 자신의 신뢰 상실이 자기 탓이 아니라고 외치는 것도 볼썽사나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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