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고등학교 때 기술을 배우면서 부품들이 만들어내는 전체의 기능에 대해서 신기해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의 엔진이 점화되는 과정을 배울 때는 사물을 이용하는 원리와 법칙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먼 사람의 몸에도 이런 원리가 있지 않을까? 그 원리를 찾아낸다면 사람의 몸이 고장나도 마치 자동차 수리하듯이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생물을 배우면서 생물의 조직과 발생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을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짚신벌레는 그냥 찢어져서 두 몸으로 나뉜다는 것이고, 그 원리는 전혀 설명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도 가끔 인체가 지닌 작동 원리가 어떤 것인가 궁금해집니다. 그럴 때 그 정보를 아주 쉽게 제공해준 책이 이 책이었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과학에서 밝혀낸 정보를 토대로 인체에서 벌어지는 작용과 작동의 원리를 설명한 것입니다. 중학교 수준의 생물 지식만 있어도 충분이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인을 위해서 쓴 쉬운 책입니다. 그래서 몸에 관한 많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책입니다.

언론에서도 그렇고,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고, 우리는 몸에 대해 알려고 하면 대뜸 의사나 박사들의 말부터 귀기울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음식을 먹으면 무슨무슨 성분 때문에 어디에 좋고, 무엇 때문에 항암작용이 있고, 이런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지난 세월 누누이 해온 것이면서도 박사님이나 의사님 한 마디에 온 산천이 초토화되는 경험을 합니다. 느닷없이 쇠뜨기가 좋다니까 너도나도 그것을 뜯어다가 삶아먹으니 쇠뜨기가 바닥나고, 느릅나무가 위암에 좋다고 하니 수십년 생 느릅나무가 모조리 잘려나가는 비운을 맞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해 이루 다 말로 나타내기 힘들 지경입니다.

우리는 왜 생활 속의 지혜가 풍부한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의 말을 흘려듣고, 의사나 박사님들의 입을 바라보며 살게 됐을까요? 그들의 말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지나치게 전문화된 지식으로 부분만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혜는 조상들의 체험이나 어른들의 경험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옛날 어른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할 때 그것이 박사나 의사님들의 의견과 다르면 미신으로 치부하고 맙니다. 그래서 사라진 지혜들이 정말 많습니다. 올해 겨울이 추울지 어떨지는 박사님들은 물론이고 기상청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 할머니는 귀신같이 그것을 아셨습니다. 어떻게 아셨을까요? 가을에 무에 실뿌리가 많이 나면 그 해 겨울은 춥다고 하십니다. 저는 의사나 박사님들의 말보다 우리 할머니 말을 믿습니다.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우리 몸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는 데는 지혜가 더 값진 것이라고 믿습니다. 의사나 박사님들의 말씀은 지식에 불과 합니다. 그들의 지식이 지혜로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이 만들어낸 지혜는 늘 궁지에 몰릴 것입니다. 지식의 실험 대상이 되고 만다는 뜻이죠. 몸은 지식이 지혜로 바뀌는 지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몸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갖추는 공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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