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630년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초나라를 물리치고 천하 패권자에 오르자 많은 나라들이 문공을 따랐다. 그런데 그중 정나라는 겉으로는 문공을 따르는 척하면서 본심은 초나라를 섬기고 있었다. 이를 알게 된 문공이 크게 노하여 진(秦)나라와 연합하여 정나라를 공격하였다. 진(秦)나라는 동쪽을 위협하였고 진(晉)나라 문공은 친히 서쪽을 위협하였다. 정나라는 위기에 처하자 급히 신하 촉지무(燭之武)를 진(秦)나라에 파견하였다.

“우리 정나라가 망하면 그 다음은 누구 차례겠습니까? 진(秦)나라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나중에 크게 후회하지 마시고 당장에 군대를 철수해주시기 바랍니다.”

진(秦)나라는 이에 동조하여 순순히 물러났다. 게다가 일부 병력은 정나라를 지키도록 남겨두었다. 문공이 이를 알고 크게 분노하였으나 어쩔 수 없었다. 도리어 정나라와 우호맹약을 맺고 군대를 철수하였다. 

그리고 2년 후, 진(晉)나라 문공이 죽고 그의 아들 양공(襄公)이 왕위에 올랐다. 그러자 진(秦)나라 조정에서 정나라 정복에 나섰다.

“지금 진(晉)나라는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습니다. 우리가 이때 정나라를 치면 정복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곧바로 진(秦)나라는 맹명시(孟明視)를 대장으로 삼아 군대를 출병시켰다. 군대가 정나라 국경 근방에 이를 무렵 정나라 사신이라고 칭하는 자가 맹명시 대장을 만나고자 했다.

“저는 현고(弦高)라고 합니다. 우리 정나라 왕께서 당신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나를 파견해 이 선물을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 병사들을 위로코자 하는 것이니 약소하지만 받아주시오.”

하고는 살찐 소 열두 마리를 바쳤다. 그 순간 맹명시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정나라를 기습공격하려고 했는데, 사신이 이렇게 먼 곳까지 마중 나왔다면 아마도 단단히 방어를 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하고는 현고에게 대답하였다.

“사신께서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소. 우리는 정나라로 가는 길이 아니오.”

현고가 그 말을 듣고 안심하며 돌아가자 맹명시가 부하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나라는 분명 단단히 방어를 하고 있을 것이오. 지금 기습한다고 해도 성공할 가망이 없으니 그만 돌아갑시다.”

사실 정나라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정나라의 장사꾼인 현고가 소를 몰고 귀국하는 길에 진(秦)나라 군대를 만나 상황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본국에 돌아가 보고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급한 중에 꾀를 내어 정나라 사신으로 가장했던 것이다. 정말 감쪽같이 적의 대장을 속여 나라를 구한 것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애국지성(愛國之誠)이란 나라 사랑하기를 정성을 다하여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이전에 나라 잃은 설움을 겪지 않았던가? 나라가 가난하고 백성이 가난하면 항상 매국노가 판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백성이 잘살고 나라가 부강하면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백성이 넘쳐나는 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