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보은군수·권선택 대전시장 상고심 1년간 계류 중
재판기간 장기화로 지역사회 뒤숭숭…“신속한 판결 필요”

선거법 위반과 각종 비리로 법정에 선 충청지역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확정판결이 수개월째 미뤄지면서 대법원의 빠른 선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체장의 직위 유지 여부가 불안정하다 보니 지역사회의 불안감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이유다.

재선의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는 2014년 6·4 지방선거를 3개월 정도 앞두고 자신의 업적 등이 담긴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주민 4천900여명에 보냈고 지역 주민 10명에게 모두 90만원의 축·부의금을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14년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로부터 1년8개월이 흘렀지만 정 군수의 재판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1심에서 직위상실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90만원으로 낮아져 한숨을 돌렸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무원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이후 검찰과 정 군수 모두의 상고로 지난해 8월 대법원으로 넘어간 사건은 13개월째 계류 중이고 정 군수는 어느덧 임기의 절반을 넘겼다. 지역 수장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이 장기화하자 뒤숭숭한 지역 분위기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의 상황도 비슷하다.

권 시장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어 운영하며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특별회비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14년 9월 기소된 그는 1년 11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권 시장 사건 역시 정 군수와 마찬가지로 꼬박 12개월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재판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대전시 행정 전반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사업, 갑천친수구역 조성 사업 등 주요 시정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수시로 제기됐다. 느슨해진 조직 분위기를 반영하듯 도시철도공사 채용 비리나 대전문화재단 대표 중도 사퇴 등 산하기관에서 파열음이 나왔다.

임각수 충북 괴산군수는 두 건의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임 군수는 2011년부터 2년간 2천만원을 들여 부인 소유의 밭에 자연석을 쌓는 호안공사를 하도록 군 공무원에게 지시한 혐의(농지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이외의 혐의라도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군수직을 잃는다.

임 군수는 제41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변호사까지 수임해 대법원에 상고, 6개월째 머물러 있다. 임 군수의 이 사건은 1·2심 선고까지도 1년 11개월이 걸려 무려 2년 5개월째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임 군수는 심지어 수뢰 혐의로도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지역사회가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사건 역시 대법원에 2개월째 계류 중인데 괴산 지역에서는 벌써 재선거 얘기가 나돌 정도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재판은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이내에 처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을 지켜야 할 사법부가 도리어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판결 지연은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게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하지만 정 군수와 비슷한 시기에 상대 후보를 비방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유영훈 전 충북 진천군수는 단 9개월 만에 당선무효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선고는 3개월이 채 안 걸렸다.

지난해 10월 허위사실 공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된 박경철 전 전북 익산시장의 확정판결까지는 딱 1년이 소요됐다.

지난달 29일 강제추행과 무고 등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서장원 경기도 포천시장의 총 재판 기간은 1년6개월이었다.

이처럼 처리 기간이 들쭉날쭉하면서 대법원의 원칙 없는 늑장재판이 사법불신을 초래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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