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방학이다. 그런데 방학의 여유와는 거리가 먼 학생들도 있다. 바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수학 능력 시험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학 수시 입시도 오는 9월이면 상당수의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기에 고3 학생들은 바쁘고 힘든 방학 아닌 방학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몇몇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학생들을 모집하고 면접시험을 보는 학교도 있다.

사실 대학의 학과를 선택한다거나 직업을 갖기 위한 각종 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장을 잡기 위해 준비하거나 하는 일 등은 한 사람의 일생에 전환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기에 그들을 지도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고민도 그만큼 깊을 수밖에 없다.

필자는 자신의 장래에 대하여 고민하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 대하여 갖는 걱정과 우려가 기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우리들의 기대보다 훨씬 더 자신의 장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얼마 전 필자에게 학생 하나가 찾아왔다. 고등학교 3학년인 이 학생은 평소의 모습보다 훨씬 진지한 모습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평소 수업시간에는 필자의 수업에 그다지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아 내심으로 좀 더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필자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다짜고짜로 요리학교 입학  준비를 하고 있는데 면접 준비를 도와달라는 거였다. 필자는 좀 당황스러웠다. 평소 국어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요리에 대하여는 잘 알지도 못하기도 했고 그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대하여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내심 놀랍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당황스런 가운데도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그 학생이 장래를 상담하기 위해 필자를 찾아 준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학생에게 ‘왜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요리학교를 택하느냐’고 물었다. 학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리 시절부터 공부보다는 요리에 취미가 있었고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행복한 느낌이 든다는 거였다. 학생과의 면담이 시작된 후 필자는 그 학생에 대해 신뢰감이 깊어졌다. 면담은 계속 이어졌다. 요리학교를 지원하게 된 동기며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하여도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몇 번의 의견교환을 거쳤고, 그 학생은 그 뒤 얼마 후에 자신이 원하는 요리학교에 면접시험을 보았다.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필자는 아침부터 긴장되었다. 합격했을까? 결과가 궁금했다. 점심때가 좀 지나서 그 학생이 웃으며 날 찾아왔다. 합격이었다. 그 학생은 최근에 조리사 필기시험에 합격하였고 학교가 끝나면 조리사 실기를 위한 준비를 한다고도 했다.

그 뒤에도 다른 몇 학생이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는 학생들을 믿는다. 비록 수업시간에 잘 듣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엎드려 자기도 하고 딴청을 떨기도 하고 자주자주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교사들의 속을 태우는 학생들도 사실은 그들 자신의 장래에 대하여는 참으로 진지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탐색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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