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국립청주박물관 자원봉사회

우리 지역에 박물관이 처음 문이 열리던 열 일곱해 전, 그곳으로 가는 길은 아득하기만 했다. 시내 중심가에서 차로 5분, 10분 쯤이면 닿을 거리였지만, 박물관행 버스를 기다리는 자체가 마음공부였을 정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버스가 더 이상 안 오면 그냥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지 아님 오기를 부려 더 기다려할지 망설일 때가 종종 있었다. 당시는 영업용 택시를 이용해도 정해진 미터요금이 아니고, 시내요금에 웃돈을 얹어 지불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그리고 20~30분 간격마다 운행되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승용차로 쉽게 찾아 올 수 있지만 아직 박물관을 오는 길은 시민들이 맘껏 이용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듯 하다.

얼마 전 부산에 사는 대학생 두 명이 방문을 했다. 우리 박물관에 오기 위해 어지간히 공부를 한 모양이다. 자신이 찾은 자료를 배낭에서 꺼내며 하는 말이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며 돌아 갈 것이 벌써 걱정되는지 터미널로 가는 버스시간표가 있는지 부터 물어 보는 것이었다. 오는 시간이 지체되는 바람에 충분히 관람하는 시간이 줄어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내 집에 온 손님에게 소홀하게 대접한 느낌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박물관 주변에는 어린이회관, 동물원 더 올라가면 상당산성 이 자리잡고 있어 어디를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문화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청주에는 하늘 길이 열려 주말과 휴가, 방학이면 많은 여행객이 발걸음을 한다. 외국인의 수도 전에 비해 늘었다.

지난 겨울 오후 어린이들이 숙제를 하기 위해 박물관에 왔다. 매서운 날씨 탓에 볼이 빨갛고 언 손으로 수첩에 열심히 적으며 공부하고 돌아가는 길 에 시내버스 올 시간이 아직 되지않았다며 한 시간도 넘는 길을 걸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강추위에 어린이들이 걷기에는 무리였다.

마침 다행히도 맘씨좋은 한 운전자가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주긴 했지만 이런 정경을 가끔 볼 때마다 자식을 둔 부모라서 그런지 이런 무리한 요구도 서슴없이 하고 싶다.어디 생활정보신문 한 켠에 이런 광고를 내고 싶은 심정이다.

‘중고지만 운행에는 지장없는 안전한 승합차라도 무료로 주실 분!’ 만약 청주에도 다른 데도시처럼 마을 버스가 운행된다면 가장 0순위로 명암동과 운천동을 오가는 박물관 행이 생겨나길 바란다.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쉽게 찾아가 우리 역사의 숨결은을 배우고 느껴보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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