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옥 청주시 상당구청장

1977년 스무살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청주시 운천신봉동에서 첫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경험하는 민원인 응대부터 생소하고, 어려운 행정용어를 이해하며 맡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동분서주 움직이며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필자의 공직 생활도 안정을 찾아 본청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며 청주시가 발전하고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뛰어보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특히나 1995년 청주시의 초대 공연계장으로 예술의 전당 개관을 준비하고 모든 공연예술이 정착되어 갈 즈음인 1997년 직제에도 없는 녹지과 동물원 개원 준비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각종 법령을 제정하고 입식할 동물들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각지의 동물원을 찾아다니던 일, 국내에 없는 동물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업무를 추진하는 등 그 당시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우연히 오가다 동물원에 나들이 가는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을 볼 때나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방문하는 시민을 보게 되면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낀다. 시민의 삶에 힘이 되고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늘 마음에 품으며 쉼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

지난해 을미년 새해가 밝고 필자는 상당구청장으로 부임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우선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 구민들과 마음으로 보고 듣고 소통해야겠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구제역 확산으로 축산농가 뿐 아니라 모두가 비상방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여서 예정된 구청장 취임식을 생략하고 구제역 방역 현장으로 출동한 일이 상당구에서의 첫 시작이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1년 6개월 동안 13개 면·동 어느 곳 하나 발걸음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현장 곳곳을 찾으며 주민과 함께 나눴던 진솔한 대화와 다양한 경험의 시간은 청주시 통합 후 상당구가 더 성숙하게 자리 잡고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민 스스로 깨끗한 마을을 만들자는 환경정화 캠페인 ‘아이도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주민 화합과 공감을 위해 1부서 1마을 자매결연을 추진해 지역 농민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방안 등 구청 여건에 맞는 맞춤형 기업 지원 시책도 추진했다. 무엇보다 정감 있고 따뜻한 구를 만들기 위해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해 소외되는 이웃 없이 모든 구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나눔과 채움 활동은 상당구를 더욱더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그동안의 공직생활은 혼자서 거친 바다를 항해해야 하는 심정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함께 걸어온 선후배, 동료 직원들이 있었기에 나아갈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아무 탈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줌에 감사드린다.

이제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되었다. 처음 발령받을 때만 해도 퇴직은 까마득한 이야기였지만 어느새 나의 차례가 왔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짧은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다가올 시작에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이 새로운 앞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어느 여행의 출발처럼 떠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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