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총선 이후 정부는 기업과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조선과 해운이 구조조정을 기다리면서 폭탄의 뇌관이 되어 있고, 19대 국회의 마감으로 자동 폐기된 대학 구조조정 관련 법이 다시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구조조정(restructuring)은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과는 달리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전제로 하여 인원절감, 채산성 없는 부문의 매각이나 철수와 같은 조직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이러한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인식, 적시성, 경영진의 의지,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구조조정은 이러한 성공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하니 구조조정으로 기업과 대학의 경쟁력이 강화되었다는 성공사례를 보기가 어렵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을 한다고 난리다.

지금 정부는 구조조정의 원인을 조선과 해운은 경기 불황으로 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경쟁력이 없게 된 근본원인은 오히려 경제정책과 교육정책의 실패가 한몫하고 있다. 부실경영과 방만한 경영을 정책자금과 정경유착으로 조장하고, 능력 없는 재단의 대학 설립과 운영을 조장한 결과이다. 이러한 정책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시기를 놓치게 하고 있다.

지금의 구조조정을 보면 부실기업이나 부실 대학이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나 정부의 지시를 받는 금융권의 압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당사자의 의지가 아닌 제삼자에 의해서 추진되니 구조조정이 성공할 리가 없다.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할 기업이나 대학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변화의 대상이 되어 있다. 기업은 능력 이상으로 빚을 내서 장사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대학은 학생의 절반만 충원하더라도 망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기업이나 대학은 없다.

대학 구조조정의 경우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는 대학이 더 이로운 상황이 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은 정부 자금을 얻기 위해 정원을 줄이지만, 경쟁력 없는 대학은 정부 프로그램을 신청하지도 않고, 구조조정을 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 정원을 조정하는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없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구하면서 사립대학의 반값으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국립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다.

기업이나 대학이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경쟁력 없는 기업이나 대학이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해관계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근본적 변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현재와 같이 죽어가는 기업과 대학을 연명하는 정책이 있는 한 실패한 구조조정의 사례만 누적될 뿐이다. 이제는 경영의 실패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구조조정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조조정보다 구조조정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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