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새누리당이 20대 총선 참패 원인을 분석해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한다. 백서(白書)는 말 그대로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실을 밝히는 것이 기본 목적이고, 이러한 올바른 백서는 우리 정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후에 비상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새 출발을 위한 솔직한 고백’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첫째 여론조사에 의한 자만심을 들고 있다. 둘째 서민경제에 대해 국민이 가지고 있던 불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공천 잡음에 의한 탈당파의 무소속 출마 등에 의한 표 분산을 지적하고 있다. 넷째는 젊은 층과 소통의 부재를 지적하고, 다섯째는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된 당내의 갈등과 이에 대한 충청권의 이탈을, 마지막으로 천안함 사태에 대한 과거 답습적 대응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난 4·13 총선의 새누리당 패배를 보면 2010년 패배의 원인이 반복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여론 조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180석까지 노렸고, 이러한 자부심은 친박으로 하여금 깃발만 꽂으면 당선될 것이라는 망상을 가지게 했다. 망상은 공천 잡음을 가져오고 국민은 이들의 오만함을 그대로 보지 않았다. 이러한 오만함에 대한 심판은 서민경제에 대한 불만을 야당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국정교과서와 테러방지법에서 보여준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정당 이미지, 정부의 강경 대북 정책 등에 의해서 강화됐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면 4·13 총선이 실패한 선거였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실패한 사람이 없는 데 백서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 것인가? 공천을 주도한 특정 계파의 처지에서 보면 총선은 자기 계파 사람을 19대보다 배 이상 당선시켰다는 면에서 승리한 선거라고 쾌재를 부르고 있는 듯하다.

모든 조직의 첫 번째 실패 원인은 최고 관리자에게 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그러나 ‘새 출발을 위한 솔직한 고백’에서는 이 부분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백서에 이 부분이 담길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선거는 집권 정당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누구도 선거 실패만 이야기하고 있을 뿐 정책실패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부터 정책변화보다 국정 운영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한다.

국민은 선거로 정부와 정책과 위정자를 평가하고, 그 평가의 결과에 의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기를 원한다. 선거 결과에 의해서 변화해야 하는 것이 정권을 가진 사람이나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보여 주어야 할 책임이다. 정책의 변화와 책임이 없는 백서는 의미가 없다. 백서 발간 자체가 책임회피용이면 더욱 그러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