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윈도우 시스템이 나오기 전 컴퓨터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DOS(Disk Operating System)나 기초 프로그램 언어인 GW 베이직(GW-Basic)을 배워야 했다. 지금도 다양한 소프트웨어(SW)를 자기에게 맞도록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외에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 필요성은 누구나 강조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실현’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교육부는 지난해 7월 ‘SW 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초등학교는 정보 관련 교과 내용을 SW 기초 소양 교육 내용으로 개편하고, 중학교는 정보 관련 교과 내용 개편 및 정보 교과를 SW 교과로 전환, 고등학교에서 정보 교과를 심화선택에서 SW 교과 일반선택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중학교는 1917년까지, 초등학교는 1918년까지 SW 교육 필수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필수 교과목 발표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의 학원가를 중심으로 SW 능력을 향상한다는 명분으로 코딩학원이 만들어지고 성업 중이라고 한다. 초기 SW 개발언어인 어셈블리, C 등은 보통 사람이 접하기에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으나, 지금은 매우 쉬워졌고 앞으로는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코딩은 기술이고 개발을 위한 수단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코딩 기술이 아닌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것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이다.

정부가 SW 과목을 강조하면서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영국이 SW 교과목을 정규화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구글 학술 검색을 보면 초등학교나 중등학교에서 코딩과 SW 조기 교육이 학생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한다는 연구는 거의 없다. 우리의 경우에도 이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없는 상황이다. 정책은 종종 이론이라고 한다. 즉 경제정책은 경제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실패할 확률이 높게 된다. 지금 SW나 코딩 교육이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과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 건설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연구 결과 없이 이를 필수교과목으로 선택하고자 한다. 현시점에서 이 정책에서 명확하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가르칠 교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코딩학원의 수요가 많아져서 사교육 시장을 확대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인도와 같이 SW 하청 국가가 되는데 이바지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지속 가능한 ICT 강국이 되고 소프트웨어 중심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코딩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수학 등에 대한 기초교육과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과 배움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수학을 포기한 중학생 비율이 20%를 넘는 곳이 전국적으로 86.4%가 되는데 SW나 코딩 교육이 무엇을 위한 교육인지 정책입안자들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